소녀상을 사람들 가슴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연대한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옷깃에 부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배지 등 작은 소지품 등이 다음달께 잇따라 출시된다.
위안부 할머니들 작품 소재로옷·가방 등 파는 벤처기업이 나서판매액 절반은 ‘정의와 기억 재단’에“할머니들과 연대한다는 뜻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소품 제작”소녀상 작가들과도 머리 맞대2012년부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미술 작품을 소재로 옷, 가방, 액세서리를 만들어 팔고 있는 벤처기업 ‘마리몬드’의 윤홍조(30) 대표는 “소녀상을 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작은 배지로 제작해 다음달부터 시판할 계획”이라고 지난 25일 <한겨레>를 만나 밝혔다. 윤 대표는 “피해자들과 제대로 논의도 하지 않은 채 한-일 정상만의 합의(12·28 합의)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했다고 하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며 “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작은 배지 등 소지품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더 널리 알릴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런 생각이 서자 곧장 실천으로 옮겼다.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김서경 작가 등과 지난 20일 기획회의를 한 것을 시작으로, 소녀상을 대중화하는 작업에 참여하겠다는 6개팀을 모았다. 마리몬드를 포함한 6개팀은 주한일본대사관 앞 등에 설치된 소녀상을 제각각 손수건이나 스티커, 미니어처 등 작은 소지품으로 만들어 보급하자는 ‘소녀상과 친구들 프로젝트’(가칭)를 결성했다. 6개팀은 모두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의기투합됐다. 재능기부를 통해 제작한 상품을 팔아 모은 수익금은 ‘국민 스스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돕자’며 만들어진 ‘정의와 기억 재단’ 기금으로 쓸 예정이다.
소녀상을 배지로 만들어 보급하겠다는 윤 대표의 제안에 마리몬드 직원 22명도 적극적으로 팔을 걷고 나섰다. 디자이너 9명이 머리를 맞대고 3가지 종류의 배지 디자인을 만들었다. 오른쪽 어깨엔 새, 왼쪽 어깨엔 나비와 꽃이 앉은 소녀의 얼굴 모양으로 만들어진 배지 두 종류와 꽃다발이 놓인 의자를 형상화한 배지 등이다. 윤 대표는 “반응이 좋아 주문이 늘면 다양한 형태로 변조된 배지 모양을 계속 내놓아 수집활동도 가능하게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지는 1월 말께 견본품 제작을 완료해 2월 설 연휴 전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마리몬드는 누리집 쇼핑몰과 매장, 나아가 대형 유통업체와 손을 잡아 판매망을 넓힐 구상도 하고 있다. 현재 배지 예상 가격은 5000~6000원 선이다. 생산비와 세금을 제외한 3000원가량의 금액이 바로 정의와 기억 재단 출연금으로 쓰인다. 윤 대표는 “재발주 수량이 늘어 생산비 원가가 낮아지면 더 많은 금액을 출연금으로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리몬드가 제작하는 배지 외에도 손수건 등 소녀상을 담은 다른 소품들도 디자인 등을 마치고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