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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2년간 가게 키운 청년들…세밑에 짓밟힌 희망

등록 :2015-12-24 16:15수정 :2015-12-24 22:24

‘청풍상회’ 창업 청년들의 눈물
“새로운 일을 한다는 기쁨에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키운 가게인데, 시장 상인회의 추천서가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니요. 창업 청년들의 희망을 한순간에 짓밟아버리네요.”

인천 강화풍물시장 내 피자가게 ‘화덕식당 청풍상회’ 공동대표 조성현(28)씨는 24일 “강화군청과 시장 상인회가 야속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청풍상회는 조씨와 비보이 활동을 한 신희승(26)씨, 문화기획자 유명상(31)씨, 대학생 김토일(25)씨 등 다양한 경력의 청년 4명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브랜드다. 이들은 2013년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청년 창업 프로그램’ 공모에 뽑혀 강화풍물시장에 청풍상회를 열었다. 공동대표 김토일씨는 “사업 기간 2년이 이달 31일로 끝나 점포 소유권자인 강화군과 임차계약을 맺어야 해 9월부터 군청에 문의했는데, 시장 상인회의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 외에는 답을 듣지 못했다. 또 시장 상인회는 몇가지 조건을 걸고 지키지 않으면 추천서를 써줄 수 없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조성현씨는 “상인회 회장과 만났는데, 회장이 ‘공백 기간이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가게 문을 닫고 대기해야 할 것이다. 추천서가 없으면 군청과 임차계약을 할 수 없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조씨는 “상인회 상황실장도 ‘아침마다 회장에게 눈도장 찍고 인사해라. 공백 기간 두세달 동안 시장에 머물면서 상인회가 필요할 때 와서 도와줘라. 인사를 안 하면 장사를 할 마음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강화풍물시장 화덕피자 창업해 인기
점포 임차 계약 앞두고
“군청서 상인회 검토 필요하다 밝혀
상인회, 회장에 매일 인사하고
상인회 도와야 추천서 써준다 말해”

군청·상인회는 “그런말 한적 없다”
청년들 “이대로 문 닫아야하나” 한숨

12월 23일 청풍상회 페이스북 페이지
12월 23일 청풍상회 페이스북 페이지

청풍상회 청년들은 한겨울 찬물에 손을 담가가며 2년째 비어 있던 점포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시장 상인들이 배추와 닭발을 다듬는 등 허드렛일을 하던 공간을 닦고 칠해 아기자기한 피자 매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공동대표제로 운영하는 가게에 경영학과에 다니던 이충현(25)씨와 대학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온 이은호(24)씨도 의기투합해 합류했다.

“처음엔 하루에 피자 한 판을 겨우 팔 때도 있었지만, 시장에서 청년들이 모여 즐겁게 먹고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간다는 꿈으로 버텼죠. 한달 매출 1천만원 안팎의 안정적 가게로 만들었는데, 소박한 꿈이 날아가 버리네요.” 6명의 청년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강화풍물시장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단’도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육성사업단이 ‘꿈을 키우라’며 초대해 전통시장에 들어온 청년들이 열심히 터전을 가꾸었건만, 그 성과가 날아갈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육성사업단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육성사업단의 김은미 사무국장은 “강화군청에 청풍상회와 점포 임차계약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9월에 보냈는데 회신이 없어, 22일 다시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김 국장은 “청풍상회가 청년들이 전통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범 사례로 알려지면서 다른 전통시장으로 청년 창업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 청년 인적 자원이 전통시장에 많이 들어와 자리잡도록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화군과 상인회는 다른 해명을 하고 있다. 강화군청 담당자는 “군 소유의 공유재산 임대계약은 공개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 청풍상회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지 관계 법령 등을 검토하고 있다. 상인회의 추천서가 필요하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상인회도 청풍상회의 점포 임차계약에 간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인회 상황실장은 “청풍상회 조성현 대표에게 상인회 집행부와의 소통을 위해 아침 집행부 티타임에 와서 차를 마시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등 몇가지 조언을 한 게 와전됐다”고 말했다.

청풍상회 청년 사업가들의 딱한 사정이 페이스북에 올라오자 “풍물시장에 청년들을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가 형성돼서 들썩이기를 기대하며 지켜보았는데… 힘내세요” “청년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것들이 너무 많은데, 또다시 청년들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아픕니다” 등 청년들을 격려하고 강화군청과 상인회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윤영미 선임기자, 박수진 황금비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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