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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서촌 ‘용오락실’의 부활…단골들 동전으로 다시 ‘와다다’

등록 :2015-05-21 20:13수정 :2015-05-22 09:52

4년 전 문을 닫은 서울 종로구 옥인동 용오락실 입구.
4년 전 문을 닫은 서울 종로구 옥인동 용오락실 입구.
2011년 문 닫았던 용오락실
‘옥인오락실’로 다시 문 열어
‘서촌라이프’ 발행 설재우씨
시민 40여명에게 지원 받아
테트리스 등 게임 기판 마련
“아이들 웃고 떠들 공간으로”
1988년 무더운 여름, 당시 7살이던 설재우(34)씨는 친구 따라 처음으로 ‘용오락실’에 들어섰다. 이후 용오락실은 설씨의 유년을 지배한 ‘꿈의 공간’이 됐다. 가로 스크롤 액션게임 ‘황금도끼’에서 시작된 그의 전자오락 이력은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스트리트 파이터’와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 등 대전 격투게임으로 이어졌다.

설씨는 그때의 용오락실을 “모르는 누구라도 옆자리에 앉아 100원을 넣고 ‘무언의 대결’을 신청하면 어깨를 맞대고 게임할 수 있었던 공간, 돈 한푼 없이도 뒤에서 구경하며 즐겁게 친구를 사귄 공간, ‘아그들’을 좋아하는 주인 할머니가 구경만 하는 아이들에게 가끔씩 100원짜리 동전을 쥐여주던 따뜻한 공간”으로 기억했다. 용오락실은 한때 10여곳의 청소년 전자오락실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서울 옥인동·체부동·효자동 등 서촌 일대에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다 2011년 문을 닫았다.

옥인동 아이들의 아지트였던 용오락실이 옛날 그 자리에 ‘옥인오락실’이라는 이름으로 23일 다시 문을 연다. 새 주인은 7살 꼬마였던 설씨다. 브라운관 게임 기계 8대와 ‘테트리스’ ‘스트리트 파이터 2’ ‘1941’ 등 각종 게임기판을 마련하는 데 들어간 400여만원은 주민과 오락 마니아 등 40여명이 모아 줬다. 어릴 적 전자오락에 빠져 살았다는 대학병원 의사 등이 동참했다.

용오락실을 복원해 23일 문을 여는 옥인오락실의 주인 설재우씨가 ‘철권’ 게임을 하고 있다.
용오락실을 복원해 23일 문을 여는 옥인오락실의 주인 설재우씨가 ‘철권’ 게임을 하고 있다.
서촌이라는 공간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서촌라이프> 발행인이기도 한 설씨는 21일 “어릴 적 용오락실 주인 할머니를 보며 오락실 주인의 꿈을 가졌다”고 했다. 용오락실 할머니는 1988년 오락실을 인수한 뒤 부업으로 옷 수선을 하며 아이들을 맞았다고 한다. 33㎡ 남짓한 공간에는 최신 게임도 많지 않았지만 ‘돈 뺏는 나쁜 형들’을 할머니가 내쫓아준 덕분에 동네 아이들은 큰 오락실 대신 작은 용오락실을 찾았다고 한다. 청소년 오락실이 피시방에 자리를 빼앗기고 하나둘 ‘파친코’ 같은 성인오락실로 변해 갈 때도 할머니는 아이들을 위한 청소년 오락실을 고집했다.

설씨는 “오락실은 아이들이 모여 친구를 만드는 ‘동네 애들 사랑방’이 됐다. 이 근처에서 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설이면 할머니께 절하고 받은 세뱃돈 100원을 들고 다시 게임기 앞으로 달려갔던 기억을 품고 있다”며 웃었다.

2011년 가게를 처분하고 고향에 내려간 주인 할머니의 모습은 이제 오락실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옥인오락실의 목표는 ‘용오락실 할머니의 마음 복원’에 있다. 설씨는 “할머니는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배려로 오락실을 유년 시절 나의 천국으로 만들어줬다. 동네의 색을 잃고 특색 없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차고 있는 서촌에서 그 시절 용오락실처럼 웃고 떠들며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오락실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사진 설재우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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