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염리동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종합민원실에서 민원인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서울 마포구 염리동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종합민원실에서 민원인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카카오톡 검열’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과 경찰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개인 의료정보를 하루 평균 2600여건씩 받아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가 지나치게 손쉽게 그것도 대량으로 수사기관에 넘겨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건보공단한테서 건네받은 ‘건강보험공단 개인정보 외부 기관별 제공 현황’을 보면, 지난 4년6개월(2010년 1월~2014년 6월) 동안 모두 435만1507건의 의료정보가 검찰과 경찰에 제공됐다. 하루 평균 2649건에 이른다.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야 가능한 계좌추적 및 통신감청 건수와 비교하면 의료정보 제공 건수가 현저하게 많다. 계좌추적과 통신감청은 각각 하루 평균 953건, 6.8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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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건보공단에 의료정보를 요구하는 명분은 수배자나 실종자의 위치 파악, 보험사기 등 범죄 수사다. 형사소송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근거로 영장 없이 요구할 수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수사 목적이 기재된 공문을 받으면 건강검진 결과, 병명, 진료날짜, 의료기관명 등이 담긴 정보를 제공한다”며 “영장이 없는 경우는 산부인과 방문과 같은 민감한 정보는 가리고 제출한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에 대한 건보공단의 의료정보 제공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그런데도 건보공단은 ‘외부기관 개인정보자료 제공 지침’을 따로 두고 의료정보 제공에 되레 적극 협조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의료정보를 제공하더라도 당사자한테 이를 따로 알리지 않는다.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지난 2년6개월간 건보공단이 지방자치단체, 수사기관 등 다른 기관에 제공한 개인정보가 1억9천만건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개인정보 제공이 적절한지 심의를 요청한 건 158건뿐”이라고 밝혔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건보공단이 가입자나 환자가 어떤 의료정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하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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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쪽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요청이며, 사건 처리 건수에 견줘 정보 요청이 많은 게 아니라고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이나 보험사기, 병역비리, 사무장 병원 사건 등은 의료기록을 통해 알 수 있고, 병원과 무관한 사건에서도 용의자의 추적 범위를 줄이려고 의료기록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의료기록이 이보다 더 폭넓게 수사에 활용된다. 한 경찰 수사관은 “진료기록은 형식일 뿐이고 피내사자 등의 회사 근무 경력이나 소득 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자료로 활용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박주민 변호사는 “포털 업체들도 ‘수사기관 요청시 통신사업자가 응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가입자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가 (2012년 누리꾼의 네이버 상대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다”며 “건보공단의 진료기록은 훨씬 민감한 정보라 함부로 제공한 행위는 불법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짚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에 공공기관에는 수사 목적으로 영장이 없이도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문제가 많은 조항”이라며 “요건을 강화하고 법원 영장 없이 제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최성진 송호균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