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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세월호 세대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 7.7%뿐

등록 :2014-08-20 20:10수정 :2014-08-20 22:20

세월호 침몰참사 25일째인 5월10일 오후 안산시 고등학생들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국민촛불 행동에 앞서 '꼭 안아줄게 노란리본잇기'를 마친뒤 안산 문화광장으로 만장을 앞세우고 행진해 들어오고 있다. 안산/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세월호 침몰참사 25일째인 5월10일 오후 안산시 고등학생들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국민촛불 행동에 앞서 '꼭 안아줄게 노란리본잇기'를 마친뒤 안산 문화광장으로 만장을 앞세우고 행진해 들어오고 있다. 안산/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서울·경기·인천 고2 학생 1051명 의식 조사]
‘대통령·정치권 신뢰’ 한자릿수
언론 신뢰도는 12%
“사회 바꾸려면 나부터 실천” 눈길

기존 제도·가치관에 불신 늘면서
친구·부모·교사 등 소중함 커져
“공부 잘해 좋은 대학 가야” 줄어
세월호 참사는 고2 학생들에게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 깊은 실망과 회의를 갖게 한 사건이었다. 20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참교육연구소가 서울·경기·인천의 고2 학생 1051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결과를 보면, 학생들은 언론과 정치권, 대통령 등 기존 제도와 기성세대에 대해 강한 불신을 보였다. 사고 당시는 물론 이후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진통을 겪으면서, 이런 신뢰 하락은 더욱 공고화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 변화에 대한 관심과 ‘나부터 실천하겠다’는 응답 역시 참사 이전보다는 높아진 양상을 보여, 학생들의 변화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 “국가는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이번 조사는 각 항목을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눠 학생들의 생각을 각각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국가·기성세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으로 일관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참사 전 61.9%에서 참사 이후 24.9%로 줄었고, ‘내가 위기에 처할 때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역시 46.8%에서 7.7%로 급락했다. 자본의 탐욕과 정부 부처의 보신주의, 곳곳에 만연된 ‘관피아’와 이들이 얽힌 부정부패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부정부패가 철저히 감시되고 사라지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는 답은 6%에 그쳤고, ‘사회지도층이 리더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믿음’ 역시 한자릿수(6.8%)로 나타났다.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도보행진을 하고 있는 단원고 학생들 뒤로 시민들이 함께 걷고 있다.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도보행진을 하고 있는 단원고 학생들 뒤로 시민들이 함께 걷고 있다.
이와 함께 사고 당시 선박직 승무원들이 보인 무책임한 행태는 주변에 대한 막연한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설문조사 결과 ‘내가 위기에 처할 때 주위 사람들이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은 참사 전 66.4%에서 36.1%로 급감했다. 한국 사회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도 추락 역시 두드러졌다. 대통령과 정부,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참사 이전에도 각각 23.7%, 18.9%로 낮은 수준이었으나, 참사 이후에는 6.8%, 5.4%로 바닥권을 맴돌았다. 언론에 대한 신뢰는 참사 전 43.1%에서 참사 이후 12.4%로 급락했다. 속보 경쟁으로 인한 오보 양산과 선정적인 보도, 최근에는 유병언 일가 관련 보도에 대한 불만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신뢰할 만한 정보획득 수단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51.4%)은 ‘어떤 것도 신뢰가 가지 않았다’고 답했고, 20%는 트위터·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꼽았다. 방송(12.8%)과 인터넷(10.4%)이 그 뒤를 이었고, 신문은 2.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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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은 세월호 진상 규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으로 이어졌다. 학생 10명 가운데 9명(91.2%)은 ‘철저하고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비관적’이라고 답했고 ‘지위 고하를 막론한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확립’ 역시 각각 86.2%, 86.5%가 ‘비관적’이라고 답했다. 세월호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보상 역시 ‘비관한다’는 답이 대부분(80.1%)이었다.

■ 변화 요구, 실천 의지 강해져

또래 친구들의 희생을 속수무책으로 목격한 ‘세월호 세대’는 친구·부모님·교사 등 가까운 존재의 소중함을 곱씹고 있었다. ‘친구의 소중함’을 느낀다는 답은 참사 이전 90.7%에서 참사 이후 95.3%로 상승했고, ‘부모님의 소중함’ 역시 95.4%에서 96.6%로 강화됐다. 교사에 대한 믿음(77.4%)도 참사 전후로 큰 차이 없이 유지됐다. 세월호 구조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친구들을 구한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친구·선생님들과의 ‘의리’가 더욱 강조되는 모습이다. 소중함은 소통으로 이어졌다. 응답자 대부분(85.7%)은 ‘세월호 참사 이후 친구·부모님·선생님 등 주변 사람들과 자주 대화를 나눴다’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은 한국 사회와 교육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굳히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76.6%로 참사 이전(74.8%)보다 조금 많아졌고, ‘우리 교육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77%) 역시 소폭 상승했다. 반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라는 답은 58.8%에서 51.7%로 하락했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 나부터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74.5%로 참사 이전(68.6%)보다 눈에 띄게 늘었고, ‘위기일수록 나부터 살기보다는 타인과 협력해야 한다’는 답도 76.4%에서 77.1%로 많아졌다. 기존의 제도와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주위 사람과의 협력 필요성과 ‘스스로 바꾸겠다’는 자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변화 요구와 실천 의지는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방식에도 투영되고 있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시위·서명운동에 대해 응답자 대부분(85.5%)이 ‘자연스러운 시민들의 행동으로 공감한다’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를 교과서 등 교육 내용에 포함시켜 기억하도록 하는 제안에 대해선 56%가 찬성했고, ‘(참사일인) 4월16일을 기념일로 지정해 수업 또는 행사’ 및 ‘세월호 참사 추모관, 박물관 건립’ 등에 대해서도 각각 52.9%, 58.4%가 찬성했다.

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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