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육군 28사단 윤아무개(21) 일병 사망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재판은 재판도 아니었다.

10일 <한겨레>가 단독입수한 1~3차 공판 기록을 보면, 굳이 재판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피고인들을 추궁해야 할 군검찰은 헌병의 엉성한 수사기록을 재확인하는 데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고, 군검찰의 안이한 공소유지를 지적해야 할 재판부는 핵심 증인의 불출석도 눈감아줬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가해병사 쪽 변호인이 주범인 이아무개 병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객전도’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렇듯 허술한 세 차례 공판 뒤 군사법원은 심리를 종결하고 선고를 하려 했다. 이런 부실 수사와 재판의 가장 큰 책임은 1차 수사를 맡았던 28사단 헌병대가 져야 한다고 군 사법 전문가들은 말한다.

병영 관리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인 28사단 부사단장 이명주 대령이 심판관(재판장)을 맡은 공판은 처음부터 ‘군기’가 빠져 있었다. 공판조서를 보면, 28사단 군검찰은 가해병사들의 살인 의도를 살펴보려는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윤 일병 사망 직후 초기 수사를 맡은 28사단 헌병대 수사기록, 헌병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군검찰 수사기록까지를 살펴보면 공판이 왜 이렇게 건성으로 진행됐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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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치사로 마무리 하려한 ‘엉터리 재판’

헌병대는 윤 일병이 사망한 4월7일 목격자 김아무개 일병을 조사했다. 천식으로 의무반에 입실해 있던 김 일병은 윤 일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전날의 폭행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핵심 목격자다. 김 일병은 “윤 일병이 주먹과 발로 하루 평균 90대 이상을 폭행당했다”, “오줌을 싸며 뒤로 쓰러지는데도 ‘꾀병을 부린다’며 다시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헌병대는 또 본부포대장 김아무개 중위로부터 “윤 일병의 입에 음식물을 가득 물게 한 상태로 폭행했다는 얘기를 병사로부터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냉동식품을 입에 가득 넣게 한 뒤 숨을 쉬기 어려운 상황에서 폭행을 했다는 진술이 나왔던 것이다. 수사 초기부터 이렇듯 가혹한 폭행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헌병대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가능성을 적극 추궁하지 않았다.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닷새 뒤인 4월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닷새 뒤인 4월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잇단 폭행으로 쓰러진 윤 일병이 혼미한 모습을 보이는데도 계속해서 발길질을 했다면 살인의 의도를 더 수사했어야 하지만 헌병 수사관은 더이상 캐묻지 않았다. 때린 ‘사실’만 확인하고 ‘의도’는 추궁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민간 검찰’ 관계자는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데도 계속 때렸다면 그 순간부터는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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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찰의 수사는 4월15일 헌병대 수사기록을 넘겨받으면서 시작됐다. 사망사건 발생 닷새 전에 부임한 초임 법무장교는 수십년 경력의 노련한 헌병대 수사관들이 짜놓은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주범인 이 병장을 두 차례 조사하면서 ‘그렇게 가혹하게 폭행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냐’는 질문을 했지만 ‘의례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군검찰은 5월2일 이 병장 등을 상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했다. 28사단 보통군사법원은 사단 소속 헌병대와 군검찰이 내놓은 공소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안전하게’ 재판을 진행했다. 1차 공판에서 군검찰은 핵심 증인이라 할 수 있는 김 일병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김 일병은 2차 공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가 수사기록을 꼼꼼히 살펴봤다면 김 일병을 반드시 출석시켜 신문한 뒤 군검찰에 공소장 변경 가능성을 타진할 수도 있었지만 재판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군검찰 역시 김 일병에 대한 증인신청을 다시 하지 않은 채 심리를 종결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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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법 전문가들은 윤 일병 사망사건 기소가 상해치사에서 ‘멈춘’ 것은 군 사법제도가 사건 축소·은폐에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소한 수사를 제대로 한 뒤에 살인죄 적용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지낸 최강욱 변호사는 “(공판기록을 보면) 군검찰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변호인 쪽에서 오히려 살인죄 적용을 주장하는 상황이라면 재판부가 좀더 심리를 해보고 공소장 변경 가능성을 타진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헌병은 지휘관의 사정을 감안해 징계 대상과 범위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군검찰보다 초기 수사를 하는 헌병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윤 일병 사망사건에서 군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목록 134개 중 120개가 헌병에서 제출한 증거목록이었다.

최우리 김원철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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