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선정 작가인 민중화가 홍성담씨가 8일부터 열리는 전시회를 위해 완성한 작품을 6일 설명하고 있다. 그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듯한 허수아비로 묘사돼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광주비엔날레재단,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 작품 전시 유보
민중화가 홍성담(59) 작가가 허수아비로 묘사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형상을 닭으로 바꿔 제출했지만, 결국 전시되지 못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8일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선정작가인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 작품 전시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홍 작가의 작품 전시를 유보한 것은 특별전 프로젝트 전시기획자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 등 큐레이터 4명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 작가는 이날 오전 11시 광주시 동구 남동 메이홀 갤러리 4층 걸개 그림 작업장에서 <세월오월>이라는 작품(가로 10.5m×세로 2.5m) 가운데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했던 부분을 닭의 형상으로 바꾸는 작업을 공개한 뒤, “닭으로 수정한 작품을 특별전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홍 작가는 작품 왼쪽 상단에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듯하는 허수아비로 묘사돼 있는 부분에 닭 형상을 그린 그림을 덧대 붙였다. 허수아비 형상의 박 대통령 뒤에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모자 위의 소장 계급장도 꽃모양의 그림으로 가려졌다. 홍 작가는 “허수아비 대신 닭으로 바꿔 놓으니까 그림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유신 잔당 세력이 닭을 박해하고 고문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닭을 보는 시민군의 모습도 분노보다 오히려 놀라는 표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홍 작가의 수정 작품을 본 뒤에도 전시 유보 결정을 내렸다. 광주비엔날레 쪽은 “문제가 된 부분을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로 수정한 것은 진정한 의미의 수정이라고 볼 수 없다.너무나 직접적으로 현실을 비판하는 성격이 강해 특별전에서 기대한 목적과 달랐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작가는 “광주시가 요구한 대로 그림을 수정했고, 오브제의 의미로 고친 그림을 붙였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 제작에 참여한 지역작가들과 시민 등 50여 명은 이날 오후 개막식이 열릴 광주시립미술관 앞에서 가로 30m, 세로 10m 크기의 대형 프린트 작품을 전시장 들머리에 전시하는 등 퍼포먼스를 펼치며 항의했다.
한편,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1980 그 후’전엔 14개국 47명의 작가가 참여해 다양한 민중미술을 선보인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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