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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안녕하지 못한 ‘스마트 워크’

등록 :2013-12-25 20:52수정 :2013-12-25 21:38

일·가정 양립 위해 고안됐지만
일부선 불안정노동 확대 부작용
원격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감시
퇴직금·연월차 수당도 못받아
“실태조사해 노동인권 보장해야”
김성필(가명·35)씨의 전화벨이 무섭게 울렸다. 인터넷 메신저에 잠깐이라도 ‘자리 비움’ 표시가 뜨면 회사에서 바로 전화가 왔다. 김씨는 2008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ㅅ사와 ‘프리랜서 도급계약’을 맺고 대형 포털 및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성인물 등 불량 이미지 게시물을 삭제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업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정해져 있었다. 월급은 평균 90여만원을 받았다. 명목상으로는 실적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도급계약이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근무시간이 명시된 근로계약이었다.

지시도 구체적이었다. 출근시간 전에 관리자에게 일과 시작을 알리는 쪽지를, 퇴근 전에는 업무보고서를 보내야 했다. 관리자는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통해 김씨가 어느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감시’했다. 원격제어 프로그램은 한 컴퓨터에만 설치돼, 다른 컴퓨터에서 일하면 업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됐다.

반면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김씨는 “같이 일하던 동료가 인터넷 메신저 창으로 회사 쪽에 명절에 쉬고 싶다고 얘기하니까 바로 해고됐다. 불시에 대화를 걸고, ‘자리 비움’이 뜨는지 확인하니까 불안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김씨는 노동부를 통해 퇴직금과 연월차수당을 신청했지만 묵살당했다. ㅅ사를 상대로 “노동자임을 인정하고 퇴직금과 연월차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소송도 냈지만 기각당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는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고 판시했다. 김씨는 “노동자라고 생각했지, 개인사업자라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김씨는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김씨의 사례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퍼지고 있는 ‘스마트워크’가 고용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컴퓨터를 이용해 집이나 제3의 장소에서 일하도록 하는 스마트워크는 일과 가정이 양립하며 삶을 풍요롭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현실에서는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열악한 노동조건에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프리랜서 형태의 고용이 보편화한 출판업계에도 ‘스마트워크’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10년 넘게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ㅇ(38)씨는 “예전에는 업무의 20%를 외주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70~80%가 외주다. 내부에서 하던 일을 외부에서 똑같이 하면서 처우는 더 나빠졌다. 임금은 원고지 한 장당 1500원 안팎으로 10년 전과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외주출판노동자 실태조사 사업단’이 발표한 ‘외주출판노동자 노동실태 연구보고서’를 보면,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150만원 미만이 46%, 100만원 미만도 25%나 됐다.

그러나 정부는 제대로 된 안전망 없이 스마트워크를 장려하고 있다. 2011년 4월 ‘스마트워크 확산을 위한 노동관계법령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며, 2015년까지 전체 노동자의 30%가 스마트워크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11년 12월 기준 ‘스마트워크 이용 직원 수’는 46만명에 이른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원래 취지와 달리 악용되고 있는 스마트워크를 막연히 확산시킬 게 아니라 다양한 실태조사를 통해 노동인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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