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임시 사육장에서 탈출해 사육사를 공격한 시베리아 호랑이. 2013.11.24/뉴스1
서울대공원 허술한 관리…사육사 공격은 ‘예고된 인재’
맹수 위험 안전 수칙 없고 임시 거처엔 CCTV도 없어
맹수 위험 안전 수칙 없고 임시 거처엔 CCTV도 없어
서울대공원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물려 중태에 빠진 사건과 관련해 서울대공원 쪽이 호랑이를 임시 거처인 여우 우리로 옮겨놓고도 담장 높이기 같은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호랑이 등 맹수에 대한 안전관리 수칙을 따로 마련하지 않는 등 맹수에 대한 안전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정래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은 25일 서울시청사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포유류와 조류로 분류된 동물안전관리수칙 매뉴얼은 있지만, 호랑이에 대한 안전수칙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초식동물과 맹수에 대한 구분도 없다는 얘기다.
서울대공원은 지난 4월 ‘백두산호랑이 숲’을 조성한다며 호랑이를 여우 우리에 임시로 옮긴 뒤에도 호랑이에 맞춰 안전시설을 강화하지 않았다. 서울대공원 쪽은 내부 잠금장치 등을 보완했다고 밝혔지만, 출입구 담장 높이(142㎝) 등을 보강하진 않았다. 호랑이가 임시로 머물던 8개월 동안 여우 우리에는 원래 있어야 할 폐회로텔레비전(CCTV)도 없었다.
사고 당시 2인1조로 근무하던 사육사 심아무개(52)씨의 동료 사육사는 100m쯤 떨어진 퓨마 우리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호랑이에게 물린 심씨는 1987년 입사 이후 25년 동안 줄곧 곤충관에서 근무하다 지난 1월 원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맹수사로 인사 발령이 났지만, 맹수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별도의 교육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치료중인 심씨는 경추와 신경을 크게 다쳐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서울대공원에서는 심씨 등 사육사 3명이 호랑이·퓨마·표범·수달·재규어 등 5종 50마리의 동물을 관리하고 있다. 주말에는 3명 가운데 2명씩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쪽은 “맹수사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안전시설도 노후화돼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공원 쪽은 사육사를 공격한 호랑이에 대해선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처리할 방침이다. 서울대공원과 서울시는 이른 시일 안에 호랑이가 있는 여우 우리의 담장 높이를 5m로 높이고 폐회로텔레비전을 설치하기로 했다. 동물 탈출에 대비해 호신용 가스총 등 안전장비도 추가로 확보하고 비상사태에 대비한 매뉴얼도 마련할 계획이다.
경기도 과천경찰서는 서울대공원을 상대로 안전 의무 위반 등 과실 여부를 수사중이다. 경찰은 책임 범위와 조사 대상자를 선별해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이다.
박보미 정태우 기자, 과천/김기성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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