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한강물이 넘쳐서 사고가 날 것 같다고, 일주일만 쉬면 좋겠다고 했는데… 새벽 5시에 그냥 일 나갔어요….” 16일 밤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박아무개(49)씨의 아내는 “내 남편 어떡하면 좋냐”고 발을 구르며 오열했다.

한강변 상수도관 확장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박씨 등 노동자 7명이 갑자기 불어난 한강물에 휩쓸려 숨지거나 실종됐다. 닷새 동안 이어진 폭우로 한강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한데다 공사를 관할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공사 강행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서울 동작소방서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5시29분께 동작구 본동 ‘올림픽대로 상수도관 이중화 부설공사’ 현장의 터널 내부에서 공사용 레일 철거 작업을 벌이던 노동자 7명(중국동포 3명)이 갑자기 유입된 한강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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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7명 가운데 조아무개(61)씨는 흑석동 중앙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6시40분께 숨졌다. 중국동포 박씨 등 6명은 작업 현장에 물이 가득 차 있어 모두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위가 높아지고 흙탕물이어서 잠수부는 구조작업을 벌이지 못했다. 이날 밤 아이를 업은 여성 등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을 찾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ㅊ·ㅈ·ㅅ건설사의 하도급업체 ㄷ지질 소속인 이들 노동자들은 올림픽대로 둔치 밑에 30m 깊이의 지하로 터널을 뚫어 동작구 본동의 노량진 배수지와 한강변 아파트를 잇는 상수도관을 2배로 확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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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갑자기 늘어난 물로 터널 내 물 유입 방지 시설이 파손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작업 터널의 맨홀 뚜껑도 덮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대교 수위는 오후 1시 4.22m에서 사고가 난 오후 5시30분께 5.29m로 급상승했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터널 내부라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는데 물막이가 파손돼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공사 진행 여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감리회사에 일(감독업무)을 맡긴 터라, 공사를 진행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허재현 정태우 김경욱 기자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