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데리고 혼자 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어요. 식당 일은 퇴근이 늦고, 그래서 텔레마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전화란 게,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욕설은 기본이고 일방적으로 화풀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심호흡을 하면서 전화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뿐입니다.”(텔레마케터 ㄱ씨)
“2011년 심한 폭우로 민원이 폭주했어요. 빗물이 집안으로 들어온다면서 화를 내고는 ‘너 필요 없어. 구청장 바꿔!’라고만 하는 민원인이 많았어요. 욕설은 기본이고요.”(서울시 전화상담원 ㄴ씨)
300만 감정노동자의 고충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14일 오후 3시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여성 노동을 말한다. 감정노동 - 사랑합니다, 고객님! 웃다가 멍든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청책토론회를 연다고 10일 밝혔다.
감정노동이란 배우가 연기를 하듯 고객의 기분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노동을 일컫는 말로, 전화상담원과 승무원, 판매원 등 대인 서비스 업종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하는 일이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전체 취업자 1천만명 가운데 314만명(서비스 종사자 165만명, 판매업 종사자 149만명 등)이 감정노동자로 분류된다. 전국의 3만5천여개 콜센터에 종사하는 89만명의 여성 상담원(전체 100만여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온갖 욕설을 듣고도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응답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억지 미소를 지어야 하므로 ‘미소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있다.
이날 토론회는 콜센터의 여성노동자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또 여성노동자의 정신건강 점검, 고객 응대 매뉴얼, 고객에 의한 성희롱 방지 문제 등이 집중 토론된다.
토론회에선 외국의 모범 사례도 소개된다. 유럽연합(EU)은 2004년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콜센터 노사공동선언’을 발표했으며, 프랑스에선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처음부터 “직원에 대한 폭언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전화 내용이 녹음된다”고 알려준다. 일본의 소니는 노동자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회사에 정신과 의사가 상근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토론회의 성과를 모아, 여성노동자를 위한 ‘고객 응대 매뉴얼 다시 쓰기’에 중점을 둘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숙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여성 근로자의 상당수가 감정노동을 필요로 하는 저임금, 비정규직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인권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들이 진정한 웃음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