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3차 텔레비전 토론을 본 누리꾼들이 각종 촌철살인의 촌평과 재기발랄한 풍자들을 쏟아냈다. 텔레비전 토론 시간이 일부 한국방송(KBS)의 개그콘서트와 겹치자 일부 누리꾼은 “개그콘서트보다 TV 토론이 재밌다”, “오늘 개그콘서트 부담스럽겠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은 박근혜 후보가 “그래서 제가 대통령이 되려는 것 아닙니까”였다. 한 누리꾼은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누리집 ‘유튜브’에 ‘박근혜 후보 3단 콤보 대통령 드립’이라는 영상을 올렸다. 토론의 일부를 편집한 이 영상을 보면, 문재인 후보가 “박 후보 말은 참여정부 때 등록금이 많이 올랐으니 이명박 정부에서 반값등록금을 안 해도 된다는 것 아닙니까”라고 묻자, 박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었으면 진작에 했다. 그래서 제가 대통령이 되려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박 후보는 원전 사고와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실패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래서 제가 대통령이 되려는 거다”라는 답변으로 맞섰다.

누리꾼들은 박 후보의 발언을 다양한 유형으로 패러디했다. 한 누리꾼은 사장과 직원의 대화로 이를 풍자했다. 이 패러디를 보면 사장은 “김 과장! 왜 일을 이렇게 하나”라고 묻고, 직원은 “그래서 제가 사장이 되려고 합니다”라고 답한다. 면접을 패러디한 글도 있다. 한 누리꾼은 “(면접관) 지원하시기엔 경력이 좀 부족한 것 아닙니까, (지원자) 그래서 제가 입사하겠다는 것 아닙니까”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아이디 @twi**는 “우린 박근혜 대신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서 지금까지 반값등록금을 못하는 거였다”고 밝혔다. 김두식 경북대 교수(법학)는 트위터에 “너하고 네 친구들이 이렇게 저렇게 잘못했잖아라는 질문에 ‘그래서 내가 반장을 하려는 거잖아’라고 계속 답변하고 있다. 이상한 반장 선거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했다.

광고

박 후보가 4대 악으로 규정한 ‘불량식품’도 화제가 됐다. 박 후보는 토론에서 “성폭력, 학교폭력”을 언급하고서 3초 정도 뜸을 들인 후 “불량식품라든가 가정파괴범 등 4대 악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뿌리를 뽑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가 언급하자마자, ‘불량식품’은 주요 포털사이트에선 실시감 검색어 순위 1위로 등극했다. 김두식 경북대 교수는 트위터에 “불량식품 부분이 기억나지 않아서 잠깐 멈칫한 박근혜 후보, 그런데 불량식품 근절 공약은 누가 넣었는지 모르겠다. 대선 토론이 갑자기 70년대 초등학교 학급회의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적었다.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에서 정책기획실장을 역임했던 이원재씨는 트위터에 “박 후보가 ‘불량식품은 4대악’ 이야기를 들은 우리집 열살짜리 초딩이 ‘불량식품 금지하려는 대통령 반대야. 불량식품 없어지면 어린이 모두 데모할거야’ 초딩 촛불시위 사태는 없어야할텐데”라고 전했다. 트위터 아이디 @hon**는 ”아폴로, 쫀듸기 업자들 눈물의 땡처리 세일 들어갔다. 불법되기 전에 싸게 팔아요”라고 말했고, 아이디 @tne**는 “[속보] 교실에서 몰래 아폴로 빨던 초등학생 구속”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가 법적으로 강제하겠다고 밝힌 선행학습 금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확산됐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법학)는 “선행학습 금지법을 만들겠다고요? 학생들 미리 공부하면 처벌받아요. 미리 공부한 나쁜 놈들 나와, 이렇게?”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아이디 @gig**는 “초딩 1학년이 불량식품 먹으면서 초딩 2학년 문제집 풀면? -> 전과 2범”이라고 적었다. 한 누리꾼은 “박 후보가 선행학습을 금지하면 지하경제가 커진다”며 “역시 박 후보는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12월 10일 열린 2차 대선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당시 일부 누리꾼은 “토론을 보고서 조폭들이 잠을 못 이뤘다. 설레서 ㅋ”라는 등의 패러디가 회자됐다.

광고
광고

과학기술부 폐지와 4대강 사업에 대한 답변도 풍자의 소재가 됐다. 박 후보가 과학기술부 폐지가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것에 대해 “다시 과학기술 부처를 되살릴 것”이라고 말하자, 트위터 아이디 @soc**는 “박근혜 후보가 과학기술부를 폐지한 이유는 부활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박 후보가 “이 사업은 현 정부의 최대 핵심사업이다. 개인이 하지 말라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밝히자, 아이디 @blu**는 “박근혜 후보는 공인이 아닌가봐요. 항상 개인이래”라고 말했다.

토론 전체에 대한 누리꾼들의 촌평도 활발했다. 트위터 아이디 @scr**는 “저 수년데 이거(TV토론) 보다가 부처님 될 것 같아”라고 올렸다. 이에 대해 혜민스님을 흉내내는 트위터 사용자인 @hum**(혜믿)은 “단일화하실래요?”라고 답변(멘션)을 보냈다. 한 누리꾼은 “여자 1호(박근혜)는 차라리 여자 3호(이정희)가 보고싶다”고 적었다. 이광용 한국방송(KBS) 기자는 트위터에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한 나라의 국민은 자신들 수준에 걸맞는 지도자를 갖는 법. 투표는 이제 이틀 남았다”고 밝혔다. 영화배우 박중훈씨는 “대선 토론회를 보고, 서로 생각하는 방향이 다를 뿐 양쪽 다 일리가 있어서 유권자로서 고민하길 바랬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광고

토론을 마치고서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당원들의 전화가 빗발쳐서 난리가 났다. 당원 일부는 토론을 보다가 화내면서 나갔다고 한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당직자는 “이럴려고 내가 선거운동을 했나. 준비 부족 뿐 아니라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 평가는 박근혜 후보 캠프의 공식 태도와는 배치된다. 박 후보의 조해진 대변인은 17일 아침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토론이었다. 민주당이 양자토론하자고 하면서 이제 박 후보가 양자토론을 피하는 것처럼 몰아갔는데 그 당시에도 저는 양자토론하면 박 후보가 훨씬 더 잘할 거다, 우리가 더 유리하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때 말한 대로 어제 보니 굉장히 만족스럽게 잘 하셨다”고 말했다.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아침 CBS라디오의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해 “박 후보가 토론을 더 잘했다. 굉장히 안정된 모습이었고, 품격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내용이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했다”고 호평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