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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한 인턴기자 ‘분노의 글’이 <도가니> 만들었다

등록 :2011-09-29 13:51수정 :2011-09-29 16:53

한겨레 인턴기자였던 이지원씨
한겨레 인턴기자였던 이지원씨
공지영, 당시 한겨레 인턴기자였던 이지원씨 블로그 글에 영감
이씨 “공유가 계단 오를 때 우울한 분위기가 첫 취재때와 같아”
“순간 수화로 판결을 듣던 청각장애인이 벌떡 일어나, 수화와 함께 힘껏 ‘으어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청각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다룬 소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49)씨는 책 후기에 소설을 구상하게 된 동기를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 기사 때문이라고 썼다. 공씨는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찼다’고 기억했다. 공씨에게 전율이 느껴지는 소설적 영감을 제공한 ‘젊은 인턴기자’는 누구일까? 그는 2006년 7월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때 <한겨레> 인턴기자로서 광주에서 두 달 동안 일하면서 광주 인화학교 문제를 취재했던 이지원(27·사진)씨다.

광주고등법원 형사1부는 2006년 7월13일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이 구형됐던 인화학교 전 행정실장 김아무개(당시 59살·설립자 차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그 때 법정에서 청각장애인 졸업생들이 많이 있었다. 다들 ‘실형은 안 나오겠지’라고들 이야기했다. ‘왜 저렇게 이야기하지? 5년형, 10년형 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겨레>가 2006년 9월 별지로 제작해 배포한( ▷ ‘[인턴21] 영화 같았던 취재기’) 를 통해 인화학교 실상을 고발했다.

한겨레 인턴기자였던 이지원씨
한겨레 인턴기자였던 이지원씨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이 10여년 동안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성폭행을 자행한 과정을 취재한 이지원 인턴기자는 피해자들이 청각장애 학생이기에 인터뷰를 ‘글’로 주고 받았다. 조사가 종결되고,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전 행정실장의 항소심이 있던 날, 재판장은 판결문을 읽었다. “학생들에게 상처 준 점은 인정되지만 (중략) 1년 전 위 수술을 받아 건강이 좋지 않아….” 결국 그는 10여년 동안 수십명의 학생들을 성폭행한 죄값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순간 수화로 판결을 듣던 청각장애인이 벌떡 일어나, 수화와 함께 힘껏 ‘으어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곧바로 그 장애인은 끌려나갔다. 법정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였다. 이 인턴은 그를 보면서, 눈물을 참으며 생각했다. ‘세상엔,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참 많구나.’

이씨는 인터넷 <한겨레> 안 개인 블로그인 ‘필통’에 ‘사회의 치부를 보다’라는 제목으로 법정 풍경 취재 후기를 올렸다. 이씨는 “검찰과 가해자 측 모두 항소가 기각됐다. 순간 한 중년의 청각장애인이 끼억끼억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언어인 수화와 함께. 그 결정은 아니라고 말했다. 수화를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분명,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중략) 신성한(?) 법정에서 당장 그 장애인은 끌려나갔다. 순간. 웅성웅성. 피해자 쪽 사람들은 말한다. 세상에 법이 없는 줄 이제야 알았다고. 오늘, 1심을 그대로 인정한 기각 결정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판결이었다” (http://blog.hani.co.kr/jajenke/1617)고 적었다.

이씨는 당시 인화학교에 직접 찾아가 청각장애인 기숙사 교사와 피해 학생들을 만났다. 그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은 여리고 순수했다. 수첩을 통해 궁금한 것을 물었다. 꺾이면 안될 꽃 같은 느낌…. 이런 예쁜 아이들이 왜…? 나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고 물었다. 아이들이 ‘(그 사람들이) 꼭 처벌됐으면 좋겠다’고 수첩에 적었다. 가슴이 저려왔다”고 회고했다.

이씨는 2008년 9월 광주에서 공지영 작가를 만나 당시 취재 경험을 들려줬다. (공 작가는 당시 법정 풍경을 마지막 선고공판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이씨는 “영화 <도가니>를 소개하는 영상만 봤는데, 주인공 공유씨가 학교 계단을 오를 때의 분위기가 내가 광주 인화학교를 처음 찾아갔을 때 학교를 감싸고 있던 우울함과 똑같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법원 앞에서 알 수 없는 소리로 판사에게 항의했던 인화학교 졸업생의 1인 시위하던 장면도 계속 기억나고, 대책위원회 사람들이 광주시청에 찾아갔다가 정문 앞에서 출입을 금지당한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창비 냄)의 달동네 선생님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어려움을 헤쳐가며 민중적 연대와 공동체를 꾸립니다. 교사가 돼 어려운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꿈이고 목표입니다.”

2007년 3월 순천대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학을 전공하고 <조정래 단편소설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새달 치러지는 국어교사 임용고사 준비에 마음 졸이고 있다. 전남대 학보사 편집장을 지냈던 그는 기자의 꿈을 포기했던 이유에 대해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김태성 사진작가 제공

‘도가니’ 배경 인화학교 사건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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