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디(KD)운송그룹 운전기사 강아무개씨가 15일 낮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터미널 승하차장에서 부당한 근무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겉으론 복지 자랑…가혹한 노동강도에 기사들 고통
과로탓 사고도 운전자 책임…사표압박에 자살까지
전별금 떼이고 생활 어려움…회사쪽 “사실 아니다”
과로탓 사고도 운전자 책임…사표압박에 자살까지
전별금 떼이고 생활 어려움…회사쪽 “사실 아니다”
지난 2008년 11월31일 케이디(KD)운송그룹 소속 좌석버스 운전기사 김아무개(51)씨가 자신의 차 안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을 마치고 연료를 채우러가다 3중 추돌 사고를 낸 다음날이었다. 김씨는 전에도 2~3차례 접촉사고를 내 사표 압력을 받아오던 차였다. 김씨의 부인 이아무개(44)씨는 “남편이 사고를 낸 뒤 하얗게 질려서 들어오더니 다음날 결국 목을 맸다”며 울먹였다.
같은 회사에서 고속버스를 운전하던 최아무개(62)씨는 지난해 운전하다 기절해 사고를 냈다. 5일째 연속 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최씨가 의식을 잃은 뒤 버스는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했고 이 사고로 3명이 다쳤다. 20년 무사고 운전자였던 최씨는 “사고 뒤 회사에서 처음 들은 말이 ‘사표 쓰세요’였다”며 “하루에 4~5시간씩 쪽잠을 자고 5일 연속 근무를 해도 정작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운전기사에게 돌린다”고 말했다. 최씨는 회사에 사고 당시 버스 안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녹화분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기기 이상으로 녹화분이 없다고 답했다.
케이디운송그룹은 서울·경기 지역에서 15개 시내·고속 버스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외부에는 앙드레 김 디자인 유니폼을 지급하고 구내식당에 한우를 내놓는 등 사원 복지에 공을 들이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회사 안 운전기사들의 이야기는 이와 다르다.
이 회사 사원 강아무개(42)씨는 “화려해 보이는 사원 복지 뒤에는 회사의 교묘한 쥐어짜기로 인해 고통받는 사원들이 있다”며 “회사가 워낙 크다보니 그만 둬도 (소문 때문에) 다른 버스 회사에 갈 곳이 없어 고통 받는 사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5명 안팎으로 팀들을 구성한 뒤 무사고 운전팀에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거나 여행을 보내주고 있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일단 사고를 내면 같은 팀 안에서 동료들이 사표를 종용하는 일이 벌어진다. 일부 직원들은 “일을 가혹하게 시키면서도, 일단 사고가 나면 알아서 사표를 내게 하는 교묘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에만 있는 전별금 제도도 문제로 꼽힌다. ㄱ고속 등 이 회사의 일부 영업소에서는 전별금 명목으로 한 사람당 한 달에 최대 70만원을 걷는다. 이 전별금은 퇴직할 때 되돌려받지만, 1년 안에 퇴사하면 낸 돈과 상관없이 3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2008년에 회사를 그만 둔 전아무개(45)씨는 “낸 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전별금으로 월급이 크게 깎이면서 이를 채우기 위해 무리한 추가 근무를 하게 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태규 케이디운송그룹 홍보이사는 “일부 시외버스 노선에서 교대 문제로 5일 이상 연속 근무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 경우 근무 뒤에는 이틀 이상 쉬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고 때문에 회사가 사표를 강요한 적은 없으며, 전별금 제도는 노조에서 관리하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