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에 개입 혐의…경찰, 소환조사 예정
업체 3곳서 받은 5억대 연구비 유용 의혹도
업체 3곳서 받은 5억대 연구비 유용 의혹도
경찰이 유명 사립대 공대 교수가 건설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건축사무소 선정 과정 등에 개입해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이 교수는 1999~2003년 건설업체 세 곳과 모두 5억여원 규모의 연구용역 계약을 맺었음에도 이를 대학 쪽에 보고하지 않아 ‘연구용역비 유용’ 의혹까지 제기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9일, 최근 서울 ㅇ대 공대 ㅂ 교수가 ㅎ선박회사의 사옥 신축 공사를 총괄 관리하는 건축사무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건축사무소 등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포착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건축사무소가 설계 용역 등을 따내면서 금품 로비를 벌인 흔적이 드러나 이를 조사하다 ㅂ 교수가 연루돼 있음을 알게 됐다”며 “수억원대의 뒷돈을 건축사무소 등에서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주 ㅂ 교수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최근 금호건설 직원이 경기 파주 교하새도시 공사업체 선정과 관련해 이아무개 교수한테 100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건넨 사건(<한겨레> 5·7일치 10면)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현직 교수와 건축사무소, 건설사 사이의 ‘검은 커넥션’이 불거짐에 따라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ㅂ 교수는 2000년 8월부터 2003년 2월까지 ㄱ건설사와 2억7000만원짜리 연구용역 계약을 맺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아 대학 내부 규정을 어긴 사실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는 1999년 11월부터 2001년 4월까지 ㄷ건설사와 모두 1억2000만원 규모의 연구용역 계약 2건, 2002년 8월에는 다른 ㄷ건설사와 1억여원의 연구용역 계약을 각각 맺었지만 이 역시 학교에는 알리지 않았다.
이 대학 연구비 규정(제3조 3항)은 ‘모든 연구비는 중앙관리를 원칙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학 교수들은 기업·정부기관 등 교외 연구지원기관과 연구용역 계약을 맺을 때 산학협력단장 명의로 맺고 있다. 부득이하게 교수 개인 명의로 연구계약을 맺은 경우에도 이를 즉시 산학협력단에 알리도록 돼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연구비의 투명한 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중앙관리 원칙을 명시한 것”이라며 “ㅂ 교수가 개인 명의로 연구계약을 맺었다는 대목은 학교 쪽에 알려오지 않아 자료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영업담당자는 “연구용역 계약을 학교와 맺으면 해당 건설사는 면세를 받을 수 있는 반면, 교수 개인과 맺으면 면세 혜택을 볼 수 없어 손해다. 그러나 교수 개인에게는 명목이 연구비로 처리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뇌물 의혹을 피하려고 한때 많이 썼던 수법”이라며 “건설사가 연구비로 2억원 이상을 지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날 ㅂ 교수와 통화하기 위해 그의 연구실과 집 등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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