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충남 태안 앞바다 원유유출 사건을 일으켜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삼성중공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50억원으로 제한해 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냈다. 삼성을 상대로 진행될 피해 주민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나 국가, 국제유류오염 보상기금(IOPC펀드)의 구상권 청구에 대해 50억원 한도에서만 책임지게 해 달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중공업이 최근 선박 책임제한 절차 개시 신청서를 냈다고 22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이 신청서에서 “삼성중공업 쪽 예인선단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공동 과실로 충돌사고가 일어났지만 소규모 기름유출로 끝날 사건이 유조선의 독자적인 과실에 의해 최악의 해양오염으로 확대됐다”며 사고의 주된 책임을 유조선에 돌렸다. 삼성중공업은 이어 ‘해상사고를 일으킨 선박 소유자는 고의나 중과실 등으로 인한 사고가 아닌 경우 책임액이 제한된다’는 상법을 근거로 “주 예인선과 보조 예인선 등의 물적 손해로 인한 책임 한도액은 약 50억원으로, 유출 사고와 관련해 어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등의 청구액이 책임 제한액을 초과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이 삼성화재에 든 책임보험의 보상 한도액이 50억원이다.

사고로 피해를 본 태안 주민 7500여명은 지난 6월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주민들은 정식재판에서는 피해액의 일부인 16억원을 일단 청구하고, 생활비 200억여원을 우선 지급하라는 가처분신청도 냈다. 국제유류오염 배상기금은 지난 10월 사고 피해액이 최소 5663억원에서 최대 6013억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태안특별법에 따라 국제유류오염 배상기금의 보상한도 3216억원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최대 피해 추정액 6013억원까지 선보상하기로 결정했다. 사고의 책임 소재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국제유류오염 배상기금이나 국가가 지급한 피해 보상금 중 일부를 분담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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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삼성중공업에 ‘중과실’ 책임이 있는지를 판단해 책임 제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 10일 대전지법은 “사고를 낸 주요 책임은 삼성중공업 쪽에 있으나 유조선 쪽도 환경오염을 키운 과실이 적지 않다”며 삼성중공업과 유조선 쪽에 두루 유죄를 선고했다. ‘50억 책임 제한’이 결정되면, 손해배상 소송을 다루는 재판부가 그 이상의 배상 판결을 내려도 주민들은 삼성중공업으로부터는 50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원재 태안유류대책위 연합회장은 “삼성의 태도는 피해 지역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일류 기업답지 않은 처사”라며 “오는 30일 상경집회를 통해 주민들의 의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강희권 태안참여연대 의장도 “태안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법적으로 대응해 몇 푼 내놓고 빠져나가려는 것은 기업의 도리가 아니다. 어떻게든 삼성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박현철, 태안/송인걸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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