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 게시물의 위법성 여부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한 쟁점은 크게 세가지다. 누리꾼들의 인터넷을 통한 광고주 압박운동이 위법한지, 이와 관련된 게시글을 삭제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보통신망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자율규제하는 방통심의위가 업무방해를 포함한 광범위한 위법 행위를 심의할 수 있는지가 법률적 검토 대상이다. 여기에다 심의가 법에 제시된 절차를 무시하고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누리꾼 압박운동 위법인가? 방통심의위는 사실상 압박운동을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형사법학회 쪽 전문가는 업무방해죄를 걸려면 ‘위력’이 행사됐는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번 사안은 그렇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광고주의 전화번호나 사이트 주소 등을 게시한 것만으로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게시물이 구체적이고도 직간접적인 표현을 통해 영업 방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는 경우에는 해당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경우에도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가 인정된다면 정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게시물은 지워져야 하나? 형사법학회 쪽 전문가는 “게시물을 삭제 조처하려면 타인의 사생활이나 명예훼손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하며, 그 밖에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심의 대상에 오른 게시물의 내용 자체에는 해당 광고주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내용이 있거나 업무방해의 목적 내지 교사, 방조 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기 때문에 불법 정보가 아니고, 따라서 삭제 조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 방통심의위 권한 어디까지? ‘표현’과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는 게 민변 쪽 전문가의 견해다. 인터넷을 통한 게시글은 ‘표현’에 불과하고 실제 ‘행동’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불법, 불건전 정보가 정보통신망에서 유통되는 것을 신속하게 방지하는 것을 막고자 설립된 방통심의위의 심의 대상도 이 ‘표현’으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불법 행위 자체의 방지 업무는 수사기관의 임무라는 게 민변 쪽의 설명이다. 이 전문가는 “업무방해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의 7 제1항 제9호에 제시된 불법 정보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게시물이 업무방해에 해당되는지 여부도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 절차 무시 논란 방통심의위가 법이 제시한 절차까지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결정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제시된 불법정보를 심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준인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을 활용했는데, 이 규정들은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 제1항 9호에 근거한다는 게 법률가들의 해석이다.
문제는 제9호의 내용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서비스 제공업체 등에 정보 취급거부 및 정지, 제한을 명할 때에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요건에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장의 요청이 있었을 것, 요청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시정 요구를 했을 것, 시정 요구에 따르지 않았을 것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번 심의 과정에서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장의 요청이 없었다. 이런 요건을 마련한 것은 불법정보 심의 대상에 한계를 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무법인 문형)은 “이 경우 방통심의위가 아예 심의를 할 수 없는지는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가 내놓은 결정을 다음 쪽이 따르지 않더라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명령을 내릴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