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와 당직자들이 9일 낮 국회 본청 중앙계단에서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규명과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서울지검 “떡값검사 명단 제출안해도 원칙따라 처리”
“이 회장 수사는 미루면서…” 수사 의지 미약 지적도
“이 회장 수사는 미루면서…” 수사 의지 미약 지적도
참여연대 등이 고발한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이 12일 사건 배당을 할 것이라고 밝혀,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6일 참여연대 등의 고발에 대해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 사건 배당을 할 수 없다”며 수사 착수를 거부했다. 그러나 계속 버틸 경우 여론이 불리하게 조성돼 1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의 어느 부서에서 수사할지는 12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쪽이 그때까지 삼성 로비 대상 명단을 제출하지 않더라도 사건이 고발된 만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로비 대상 명단이 제출되면 대검 감찰부에서 별도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삼성 에버랜드 사건의 공범으로 고발돼 있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수사를 계속 미루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회장 수사를 미루고 있는 상태에서 삼성 총수 일가가 수사 대상이 될 게 뻔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월 삼성 에버랜드 사건 2심 선고를 앞두고 “유죄가 선고되면 이 회장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으나,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후에는 “대법 확정 판결 뒤에 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수사 실무진과 검찰 수뇌부 사이에 큰 견해 차이가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도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보낸 것은 수사할 의지가 없거나 약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검에서 부장-차장-지검장, 또 대검에서도 중수부장-차장-총장 등 결재 라인이 복잡하면 그만큼 수사의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는 “총장이 직접 나서서 수사 검사들의 뜻을 꺾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중간 간부들이 알아서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 사건 수사를 위해서는 금융전문가들 및 전국적으로 강직하고 능력 있는 검사들을 데려와야 해, 대검이 수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삼성 에버랜드 사건을 처리해 1·2심에서 유죄를 받아낸 금융조세조사1부나, 권력형 비리 사건을 전담하는 특수2부에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조세조사1부는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사건 등 삼성의 후계구도와 관련돼 고발된 다른 사건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2부에 배당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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