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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이사람] 고소한 과자에 추억 담아 굽는다

등록 :2007-04-10 19:40수정 :2007-04-11 15:43

‘수제 전병’ 40년 만들어 온 김용안씨
‘수제 전병’ 40년 만들어 온 김용안씨
‘수제 전병’ 40년 만들어 온 김용안씨
이름 건 ‘센베’ 두 아들에 기술 전수
부모 간식 찾는 효자·옛맛 그리는 이민자
‘손으로 만들어 소매로 판다’ 원칙 고수

‘센베’라는 일본말 이름이 더 익숙한 전병은 지난 시절 ‘국민과자’였다. 그 이름은 이제 대형 제과회사들이 찍어내는 형형색색 과자에 밀려 골목 어귀의 트럭 행상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추억이 된 전병에 김용안(65)씨는 이름을 내걸었다. 그에게 전병은 현재진행형이고 미래다. 전병을 구워 팔아 4남매를 키워냈고, 두 아들에게 기술을 물려주고 있으니 그럴 만하다. 1967년에 시작해 올해로 41년째다. 제대하고 일자리를 찾다가 동생으로부터 과자 굽는 기술을 배워서 장사를 시작한 게 계기였다. 서울 흑석동·태릉에서 가게를 열기도 했지만 장사가 시원찮아서 문을 닫고,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강로에서만 22년이 됐다.

‘수제 전병’ 40년 만들어 온 김용안씨
‘수제 전병’ 40년 만들어 온 김용안씨
지난 6일 찾은 5평 남짓한 과자점은 전병을 굽는 고소한 냄새로 가득했다. 김씨의 둘째아들(33)이 기계에서 갓 구워낸 과자를 과자틀에 가지런히 놓아 모양을 만들고, 김씨가 과자를 상자에 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기계로 과자를 구워낸 뒤 과자 모양을 내고 담아내는 건 손으로 직접 한다. 요즘 내놓는 과자는 들깨·땅콩이 들어간 부채모양의 과자부터 원기둥 모양의 생강 과자까지 12가지다.

요즘도 전병을 찾는 이들이 있을까? 손님들의 발길은 심심찮게 이어졌다. 부모의 간식거리를 챙기는 효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전병이 먹고 싶다는 임신한 친구를 위해 들른 이도 있었다. 김씨 이름을 단 과자는 미국이나 일본에도 건너간다. 옛맛을 그리워하는 이민자들이 주문해서 먹는다. 경상도나 전라도에서도 소문을 듣고 서울 오는 길에 과자점을 찾는 이들도 있다. 명절 때는 주문이 밀려 일손이 부족할 정도다. 그래서 ‘손으로 만들어 소매로만 판다’는 김씨를 설득해 두 아들이 인터넷으로도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씨는 “더러 기술을 배우겠다고 찾아오기도 하지만 어설프게 가르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돌려보낸다”고 했다. 평생 한길을 걷는 이유와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다. “배운 기술이 이것뿐이라서 하는 거지 뭘. 밀가루, 빠다(버터), 계란을 잘 섞는 게 중요해. 눈 감고도 만드는데 말로 설명은 잘 못하겠네.”

김씨는 과자를 대량으로 만들어 싸게 팔지 않는다. “손으로 하나하나 맛있게 만들어서 제값을 받는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과자와 비교해 묻자, 그는 인상을 찌푸린다. “다르지. 맛이 달라.”

10년 넘게 배운 둘째아들조차 아직 과자 종류별로 완벽하게 재료를 배합하고 맛내는 비법을 다 배우지 못했다. 김씨는 ‘웰빙 과자’ ‘수제 과자’라며 그 흔한 광고문구 하나 내걸지 않는다. 그저 과자맛을 보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이들을 덤덤하게 맞는다.


손님들이 “가게 문 닫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과자 만들어 달라”는 당부를 하면 힘이 절로 나지만, 단골이던 어르신의 발길이 어느날 끊기면 문득 외로워진다. 김씨는 “그래도 아들들이 아버지 일 배워서 하고 있으니 더할 수 없이 고맙다”고 했다. 개발 바람으로 고층빌딩이 한강로의 풍경을 바꿔갈수록 ‘센베 과자점’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추억의 과자, 센베를 만드는 ‘김용안 과자점’
추억의 과자, 센베를 만드는 ‘김용안 과자점’

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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