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 전체를 축구와 함께했어요. 다른 선수들이 힘들지 않게 옆에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정말 우승하고 싶어요.”
‘서울 2024 홈리스 월드컵’ 대회의 한국팀 주장인 김성준(25) 선수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재단 다목적홀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난민 신청자’ 자격으로 한국 대표팀에서 뛰게 된 카메룬 출신 포시 완지(27) 선수도 “월드컵 이후의 삶을 생각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싶다”며 “동료 선수들과 함께 월드컵에 전념하고 싶은 것이 제 진심”이라고 말했다.
영화 ‘드림’으로 널리 알려진 ‘홈리스 월드컵’이 오는 21∼28일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린다. 홈리스 인식 개선과 주거권 사각지대 문제 해결을 위해 영국 홈리스 월드컵 재단이 2003년부터 해마다 연 대회로, 이번엔 국제축구연맹(FIFA)이 처음으로 공인한 국제대회가 됐다. ‘홈리스’는 흔히 ‘노숙인’으로 번역되지만, 재단이 정의하는 홈리스는 더욱 폭이 넓다.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이들에 더해 망명 신청자, 자립준비청년, 시설 거주 청소년, 장애인, 다문화가정 구성원 등 만 16살 이상의 주거소외계층이나 사회적 소수자라면 누구나 홈리스 월드컵 선수가 될 수 있다.
2010년부터 매년 대회에 참여해온 우리 대표팀도 처음에는 좁은 의미의 홈리스만을 대상으로 선수를 뽑다 2015년부터는 선발 대상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번 대표팀 8명도 자립준비청년 출신 선수 3명, 회복지원시설 거주 청소년 3명에 더해 역대 처음으로 시설 거주 경험이 있는 장애인 정성덕(50) 선수와 난민 신청자(포시 완지)로 구성됐다. ‘홈리스 월드컵’ 경기는 4 대 4 풋살 방식으로 진행된다. 안병훈 대표팀 단장은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노숙인복지법은 일부 거리 노숙인과 노숙인 시설 및 쪽방 거주자만을 정책 대상으로 매우 좁게 인정하고 있어서 적절한 주거 환경에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이 계속 생겨난다”며 “이러한 문제를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고자 최대한 다양한 범주의 주거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적극적으로 선발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동안 43개국 57개 팀(남성 41팀, 여성 16팀) 460여명의 선수가 우승컵을 놓고 8일 동안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대운동장에서 땀방울을 흘리게 된다.
대회가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왔지만 어려움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2022년 3년 동안 대회가 열리지 못하다 갑자기 재개가 결정되면서 올해 서울 개최가 지난해 12월에야 확정됐다. 8개월의 짧은 준비 기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인 스폰서로 10억원 후원을 검토하던 한 기업이 지난달 갑자기 후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재정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현재 대회 운영에 필요한 22억원 중 절반이 조금 넘는 12억원 정도가 확보된 상황이다. 안 단장은 “아시아 최초 개최에다 첫 피파 공인 대회 자격을 얻었고, 피파 대표단도 방한해 직접 관람하기로 한 만큼 대회의 의미가 크다”며 “역대 대회를 연 나라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대부분의 예산을 지원했다. 우리도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축구협회, 서울시 등 공공기관의 지원과 기업의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인 후원은 ‘서울 2024 홈리스 월드컵’ 누리집을 통해 할 수 있으며 네이버 해피빈 모금도 가능하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