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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야구장 쓰레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녹색연합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야구장 쓰레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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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지구 위에 야구도 없습니다!”

기아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엘지 트윈스…프로야구 10개 구단 유니폼을 입은 야구팬들이 쓰레기로 가득 찬 모형 야구장 위에 섰다. 저마다 야구방망이와 글러브를 든 팬들은 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야구장 쓰레기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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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순환의 날’을 하루 앞둔 5일 오전, 녹색연합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 프로야구단에 야구장 쓰레기 감축을 촉구하기 위한 행위극을 벌였다. 프로야구가 역대 최다 관중을 불러모으며 ‘1천만 관중’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 시설 가운데 가장 많은 쓰레기가 버려지는 야구장의 쓰레기 감축 노력은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녹색연합이 지난 6∼7월 전국 프로야구장 9곳에서 관람객 202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야구장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56%는 ‘야구장에서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 이날 녹색연합이 제시한 각 야구장의 쓰레기통 사진을 보면 ‘분리배출’ 표시 자체가 없어 각종 배달음식 용기와 응원 도구가 뒤엉킨 모습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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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예원 녹색연합 활동가는 “야구장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람객의 의지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높은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가 야구장에 마련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국내 야구장별 쓰레기 분리배출 실태. 녹색연합은 조사 결과 국내 야구장 9곳 모두 쓰레기 분리배출이 쉽지 않은 구조였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제공
국내 야구장별 쓰레기 분리배출 실태. 녹색연합은 조사 결과 국내 야구장 9곳 모두 쓰레기 분리배출이 쉽지 않은 구조였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제공

이는 앞선 프로야구 구단들의 약속과도 어긋난다. 지난해 4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환경부,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해당 협약에 따라 지난해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량을 제출한 야구장은 9곳 가운데 3곳, 일회용기 사용량 자료를 제출한 곳은 6곳에 그쳤다는 게 녹색연합의 조사 결과다. 구장 내 일부 매장에서라도 다회용기를 제공한 곳은 3곳 뿐 이었다. 야구장에서 버려진 일회용기는 지난해 기준 458만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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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프로야구를 꿈꾸는 팬들의 모임인 ‘크보플(케이비오 팬즈 포 플래닛, KBO Fans 4 Planet)’의 전지은 활동가는 “잦아지는 (야구 경기) 황사·폭염 취소, 봄·가을에도 이어지는 우천 취소 앞에 기후·생태 위기와 야구가 무관하지 않음을 느낀다”며 “부모님과 손잡고 온 아이들이 자라 다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 말뿐인 일회성 캠페인 말고 실제 현장에서 자원 소비를 조장하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야구관람객 인식조사 결과 발표 및 야구장 쓰레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녹색연합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야구관람객 인식조사 결과 발표 및 야구장 쓰레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날 활동가들은 각 프로야구단에 △쓰레기 배출량 저감 목표 제시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 체계 구축 △전 구장 다회용기 서비스 도입 등을 요구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스타벅스 다회용기 서비스 중단 사례를 보면, 제도적 기반 없이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며 환경부가 제도적으로 스포츠 시설 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