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편향된 사람이 인권위원장을 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임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또 ‘대통령 마음대로 하니 욕을 먹는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부적절한 인사 행태도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창호 후보자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한쪽으로 편향된 사람이 공직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자리인 인권위원장을 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차별금지법을 종교적으로만 생각하거나 공산 혁명에 이용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라며 “목사들이 그렇게 주장한다면 그러려니 하지만, 검사와 헌법재판관 출신의 법률가가 그렇게 말하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나도 책깨나 읽은 사람인데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의 수단이라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안 후보자가 결국 인권위원장 자리를 맡는 게 적정한가’라는 물음에는 “대통령 마음이다. 그러니까 욕먹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이사장은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민족통일위원장, 서울 민통련 의장, 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 등으로 재야에서 활동하다 1996년부터 20년 동안 15~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과 특임장관을 역임했다. 지난해 7월부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이사장은 재야에 이어 국회에서도 함께 활동하며 오래 알고 지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일본 국적’ 발언에 대해서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5일 인사청문회에서 “나라를 뺏겼으니 당연히 우리 선조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 이사장은 “(김문수 장관은) 내가 아끼는 후배인데, 그런 말 하면 안 된다. 강도가 물건을 훔쳐서 자기 거라고 주장하면 안 되는 건데,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탈해 국적이든 뭐든 훔쳐간 것이지 자기(일본) 것은 아닌 거다”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김문수 장관을 사석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끼리 모여서는 그런 주장을 해도 웃고 넘어가지만, 공적으로 그런 주장을 하면 되겠냐”고 조언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친 발언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사회 곳곳에 반국가세력이 암약하고 있다”는 윤 대통령 발언(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 대해 이 이사장은 “우리가 옛날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때 민주화 운동 했는데 그때 우리가 반정부였지 반국가 세력은 아니었다”며 “반정부 세력이 있을는지 몰라도 반국가세력이 어디 있냐”고 되물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