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시간 ‘휴대전화 사용 전면 금지’ 규정을 둔 한 고등학교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개정 권고를 받고도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학생의 휴대전화를 ‘수업 방해 물품’으로 다루는 규정을 신설하며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권고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권위는 16일 보도자료를 내어 “ㄱ학교가 학생들의 등교 후 모든 일과시간 동안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그대로 두고 교육활동 방해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만을 강화한 것은 권고를 불수용한 것이라고 지난달 3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12일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일과시간 동안 소지·사용을 금지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한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ㄱ학교 학생은 휴대전화의 일과시간 소지와 사용을 금지하는 학생생활지도규정을 문제 삼고 인권 침해 진정을 제기했다. 당초 규정 위반자에 대해 징계 규정도 있었으나, ㄱ학교는 진정 제기 이후 이를 삭제했다.
ㄱ학교는 수업 중 휴대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땐 해당 교사에 따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어 교과 활동에 불편함이 없고, 긴급한 일이 있을 땐 허락을 받아 일과시간 중에도 사용 가능한 점을 들어 “인권이 침해되는 바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교사의 수업권 보장과 학습방해 행위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게임이나 유해 사이트 몰입, 급우간 대화 단절, 무분별한 촬영으로 성범죄 등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ㄱ학교의 조처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현대사회에서 휴대전화는 생활필수품의 의미를 가진다”며 “교육기관이 휴대전화 소지·사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이유로 전면 금지하기보단 학생들이 본인의 욕구와 행동을 스스로 통제·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해당 규정이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고 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ㄱ학교는 기존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며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인권위에 전했다. 또한 추가로 학생의 휴대전화를 ‘수업 방해 물품’으로 두는 등 오히려 교육활동 방해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했다. 인권위는 이에 “유감을 표한다”며 “학교는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봐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고 설명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