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덮을 순 없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의 말에 ‘국민을 위하는 후손이 되겠습니다’라고 적힌 소책자를 든 독립운동단체 회원들이 박수와 환호성을 울렸다.
광복회를 비롯해 56개 독립운동 단체가 꾸린 독립운동단체연합은 15일 정부가 주관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별도의 광복 79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 뉴라이트 의혹 인사의 잇따른 역사 유관 단체장 임명에 반발하며 정부가 주관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애초 야당의 참여는 거부하기로 했지만, 독립운동가 후손인 박찬대, 박홍근,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이 자리에서 광복회만의 행사로 치르고 있다”며 “진실에 대한 왜곡과 저열한 역사의식이 판치며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이 모여 독립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광복회는 결코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정부 주관 경축식에 불참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자주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투쟁과 헌신, 자랑스러운 성과를 폄훼하는 일은 국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뉴라이트 쪽의 건국절 주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건국절을 만들면 모든 것은 이승만에게 건국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씌워주는 것 단 하나로 우리는 실로 많은 것을 잃게 된다”며 “일제강점을 합법화하게 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게 돼 일제강점을 규탄할 수도 없고 침략을 물리치는 투쟁도 무의미하고 허망하게 되고 만다”고 호소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한다”며 “보수의 진정한 출발은 진실된 역사에 굳건히 발 들이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 기념식 중에는 ‘윤석열 타도’ 구호가 나오는 등 윤 대통령의 역사인식에 대한 반감도 가감 없이 터져나왔다. 김갑년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이 “(국민 통합이 아닌) 찢어지고 부서지고 깨어진 현실의 책임을 광복회와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누가 김광동(진실화해위원장)을,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을, 김낙년(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김형석(독립기념관장)을 임명했습니까”라고 외치자, 청중석에서 “윤석열” “윤석열 타도”라는 외침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어 김 단장이 윤 대통령을 향해 “친일 편향의 국정기조를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옳은 길을 선택하라. (그럴 생각이 없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하자 독립운동 단체 회원들은 “옳소”라고 화답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