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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급 16강전에 출전한 한국 서건우와 칠레 호아킨 추르칠과의 경기 2라운드에서 주심이 서건우의 2라운드 패배를 선언하자 매트로 뛰어나와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급 16강전에 출전한 한국 서건우와 칠레 호아킨 추르칠과의 경기 2라운드에서 주심이 서건우의 2라운드 패배를 선언하자 매트로 뛰어나와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경기 도중 오심에 강하게 항의해 서건우(20)의 승리를 끌어낸 오혜리 코치가 세계태권도연맹(WT)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지만 “다시 (돌아가) 경고를 받더라도 (항의는)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오 코치는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곽윤기(35)가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경고를 무릅쓰고도 항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태권도 오혜리 코치에게 당시 상황 직접 들어봤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건우는 지난 9일(현지시각) 남자 80㎏급 16강전에서 칠레의 호아킨 안드레스 처칠 마르티네스와 맞붙었다. 2라운드에서 심판진은 마르티네스의 승리를 선언했는데, 오 코치가 경기장으로 뛰어들어 주심에게 항의하고 판독석을 향해 양손으로 엑스(X)를 그리며 판정이 틀렸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16-16 동점 상황에서 서건우는 회전공격을 2번, 마르티네스는 1번 성공했기 때문에 서건우의 승리로 정정됐다. 이날 서건우는 마르티네스 에게 라운드 점수 2-1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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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코치는 영상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태권도는 승패가 나고 번복이 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당시는) 명확하게 잘못된 상황이었다”며 “당연히 이기는 상황에서 우리가 졌다고 판정이 났다”고 말했다. 오 코치는 “선수들이 나가면 경기는 끝난다. (경기가 끝나면) 나중에 소청해야 하는데, 소청을 걸어도 ‘미안하다. 명백한 실수였다’고 하고 판정은 안 바뀐다”며 현장에서 항의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누가 (항의를) 했더라도 바로잡았겠지만, 그걸 생각하고 할 겨를이 없었다. 이건 무조건 오류가 맞는다고 생각하고 갔다”고 덧붙였다.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 서건우가 덴마크 에디 흐르니치와의 대결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 서건우가 덴마크 에디 흐르니치와의 대결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오 코치는 “‘내가 너무 항의했는데, 보이는 게 있다 보니 세계태권도연맹에서 난처할 수도 있겠다’고 (경기장을) 나와서 걱정했다”며 “저도 모르는 새 (연맹으로부터) 경고가 와있더라”고 했다. 오 코치는 당시 판정에 항의하다가 규정을 위반해 세계태권도연맹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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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코치는 메달 없이 올림픽 첫 도전을 마무리한 서건우를 계속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오 코치는 “건우가 ‘운동 벌레’다. ‘일요일에 쉬어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때 하루 더 할걸’이라는 생각을 하더라”며 “(오히려) 너무 안 쉬어서 문제인데 속상하다”고 말했다. 오 코치는 “건우는 한 스텝, 한 스텝을 더 밟아갈 선수”라며 “여러분이 이번에 응원해주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건우(왼쪽에서 두번째)를 비롯한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대표팀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건우(왼쪽에서 두번째)를 비롯한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대표팀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건우도 오 코치를 향한 존경과 감사를 드러냈다. 서건우는 12일 태권도 대표팀 귀국 기자회견에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올림픽의 벽이 높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올림픽은 아무나 1등을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혜리) 교수님이 대단한 것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 교수인 오 코치는 2016 리우올림픽 여자 67㎏급 금메달을 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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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우는 또 “제가 운동하다가 흔들릴 때마다 교수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며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그 많은 운동을 다 소화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님이 저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셨다. 메달로 보답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