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경기 도중 오심에 강하게 항의해 서건우(20)의 승리를 끌어낸 오혜리 코치가 세계태권도연맹(WT)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지만 “다시 (돌아가) 경고를 받더라도 (항의는)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오 코치는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곽윤기(35)가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경고를 무릅쓰고도 항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태권도 오혜리 코치에게 당시 상황 직접 들어봤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건우는 지난 9일(현지시각) 남자 80㎏급 16강전에서 칠레의 호아킨 안드레스 처칠 마르티네스와 맞붙었다. 2라운드에서 심판진은 마르티네스의 승리를 선언했는데, 오 코치가 경기장으로 뛰어들어 주심에게 항의하고 판독석을 향해 양손으로 엑스(X)를 그리며 판정이 틀렸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16-16 동점 상황에서 서건우는 회전공격을 2번, 마르티네스는 1번 성공했기 때문에 서건우의 승리로 정정됐다. 이날 서건우는 마르티네스 에게 라운드 점수 2-1로 이겼다.
오 코치는 영상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태권도는 승패가 나고 번복이 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당시는) 명확하게 잘못된 상황이었다”며 “당연히 이기는 상황에서 우리가 졌다고 판정이 났다”고 말했다. 오 코치는 “선수들이 나가면 경기는 끝난다. (경기가 끝나면) 나중에 소청해야 하는데, 소청을 걸어도 ‘미안하다. 명백한 실수였다’고 하고 판정은 안 바뀐다”며 현장에서 항의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누가 (항의를) 했더라도 바로잡았겠지만, 그걸 생각하고 할 겨를이 없었다. 이건 무조건 오류가 맞는다고 생각하고 갔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 코치는 “‘내가 너무 항의했는데, 보이는 게 있다 보니 세계태권도연맹에서 난처할 수도 있겠다’고 (경기장을) 나와서 걱정했다”며 “저도 모르는 새 (연맹으로부터) 경고가 와있더라”고 했다. 오 코치는 당시 판정에 항의하다가 규정을 위반해 세계태권도연맹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오 코치는 메달 없이 올림픽 첫 도전을 마무리한 서건우를 계속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오 코치는 “건우가 ‘운동 벌레’다. ‘일요일에 쉬어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때 하루 더 할걸’이라는 생각을 하더라”며 “(오히려) 너무 안 쉬어서 문제인데 속상하다”고 말했다. 오 코치는 “건우는 한 스텝, 한 스텝을 더 밟아갈 선수”라며 “여러분이 이번에 응원해주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건우도 오 코치를 향한 존경과 감사를 드러냈다. 서건우는 12일 태권도 대표팀 귀국 기자회견에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올림픽의 벽이 높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올림픽은 아무나 1등을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혜리) 교수님이 대단한 것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 교수인 오 코치는 2016 리우올림픽 여자 67㎏급 금메달을 딴 바 있다.
서건우는 또 “제가 운동하다가 흔들릴 때마다 교수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며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그 많은 운동을 다 소화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님이 저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셨다. 메달로 보답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