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
12일 오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큰바다사자가 부산시 기장군 앞바다 등부표 위에 갇혀 있다. 울산해경 제공
12일 오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큰바다사자가 부산시 기장군 앞바다 등부표 위에 갇혀 있다. 울산해경 제공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큰바다사자가 바다에 떠 있는 등부표(항로표지)에 갇혔다가 약 1시간 만에 해경에 구조돼 바다로 돌아갔다.

13일 울산해양경찰서의 설명을 들어보면, 전날 오후 1시26분께 부산 기장군 동백항 인근 바다에서 “물범처럼 보이는 동물이 부표 위에 갇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전화를 한 사람은 이 일대를 지나던 한 어선 선장이었다. 그는 주변에서 어업활동을 하다 등부표로 올라온 한 해양동물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해양동물의 일상적인 행동이라 여겼던 선장은 시간이 흘러도 꼼짝하지 않는 모습이 걱정돼 해경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고

그의 걱정이 커진 것은 30도가 넘는 한낮 더위에 철 구조물로 만들어진 등부표가 점점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등부표는 삼면이 막힌 구조로 유일하게 바다로 돌아갈 수 있는 통로는 해양동물이 뛰어오른 방향뿐이었다. 그런데 해양동물이 뒤돌아서지 못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이 동물은 신고 전 40여 분 동안 등부표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했고, 젖어있던 몸도 바싹 말라갔다고 해경 쪽은 설명했다.

12일 오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큰바다사자가 부산시 기장군 앞바다 등부표 위에 갇혀 있다. 울산해경 제공
12일 오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큰바다사자가 부산시 기장군 앞바다 등부표 위에 갇혀 있다. 울산해경 제공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막대기로 등부표를 치는 등 해양동물이 뒷걸음질 쳐 바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처했다. 등부표에 갇힌 지 1시간 만이었다.

광고
광고

해경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문의한 결과 이 동물은 큰바다사자로 확인됐다. 큰바다사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로 법정보호종이다. 국내에서는 독도, 울릉도 연안에 서식한다. 다만, 국내에는 번식 장소가 없고 사할린 주변과 캄차카 반도의 번식지에서 남하한다.

13일 오전 울산 울주군 앞 남방파호안 인근 바다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큰바다사자가 등부표 위에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울산해경 제공
13일 오전 울산 울주군 앞 남방파호안 인근 바다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큰바다사자가 등부표 위에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울산해경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동해 등 추운 바다를 선호하는 큰바다사자는 평소 쉽게 볼 수 있는 종은 아니”라며 “특히 부산 기장 앞바다에서 목격된 것은 예외적이긴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큰바다사자는 겨울철에는 더 추운 지역에 올라가서 번식활동을 하고 여름철에 남하하는데 보통 수컷들이 활동 범위가 넓기 때문에 덩치 등 여러 가지 특징으로 봤을 때 구조한 개체는 수컷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광고
13일 오전 울산 울주군 앞 남방파호안 인근 바다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큰바다사자가 등부표 위에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울산해경 제공
13일 오전 울산 울주군 앞 남방파호안 인근 바다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큰바다사자가 등부표 위에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울산해경 제공

부표에 올라온 행동을 두고는 “큰바다사자는 지치거나 털을 말려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할 때 뭍으로 올라온다”며 “어업과 해양 쓰레기 증가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먹이 경쟁률이 높아진 가운데 이 개체도 어려움을 겪다가 휴식이 필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3일 오전에도 울산 울주군 남방파호안 인근 바다에서 큰바다사자가 등부표 위에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전날 구조한 개체와 동일한 개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