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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가 지난 6일 현조부인 허석 의사 기적비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가 지난 6일 현조부인 허석 의사 기적비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립운동가 허석 의사 후손인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엘에이(LA)올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 (허석) 할아버지 앞에 가져 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미미는 13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허미미는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유도 57㎏급에서 은메달, 혼성단체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6일 한국으로 돌아온 허미미는 곧바로 대구시 군위군에 있는 현조부(5대조) 허석(1857~1920) 의사 기적비(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적은 비석)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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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 의사는 일제강점기인 1918년 군위군 의흥면으로 통하는 도로 근처 눈에 잘 띄는 암벽에 “하늘에는 두 태양이 없고 백성에게는 두 임금이 없다”는 내용의 격문을 써 붙여 동포들에게 일제의 침략상을 알렸다. 그는 1919년 보안법 위반으로 일본 경찰에 붙잡혀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고, 석방된 뒤 3일 만에 순국했다. 정부는 그 공훈을 기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허미미 선수가 6일 오전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조성된 독립운동가이자 현조부인 허석 지사의 기적비를 찾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허미미 선수가 6일 오전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조성된 독립운동가이자 현조부인 허석 지사의 기적비를 찾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미미는 “처음에 (현조부인 허석 의사 기적비에) 왔을 때는 진짜 메달을 가져와야겠다 생각이 들었다”며 “올림픽에서 메달 두 개를 받고 그걸 (현조부에게) 보여주는 게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쉽게도 (이번에는) 은메달이지만, 다음에는 꼭 금메달을 가져와야겠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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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유도선수 출신의 아버지를 따라 유도를 시작한 허미미는 학창 시절 일본에서도 기대를 모으던 유망주였다. 그런 허미미가 부모의 만류에도 한국행을 선택한 건 오로지 할머니의 유언 때문이었다.

허미미는 “어렸을 때 할머니가 한국 대표로 올림픽 같은 시합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며 “그래서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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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미는 2021년 태극 마크를 달았지만, 한국생활이 쉽진 않았다. 허미미는 “코로나가 한창 유행할 때라 많이 힘들었다”며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해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런 허미미의 곁을 지키며 도와준 인물이 경북체육회 김정훈 감독이다. 허미미는 “처음 왔을 때 한국말도 모르는 저를 다 도와줬다”며 “(김 감독님께) 제일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허미미(가운데) 선수와 김정훈(왼쪽) 경북체육회 감독, 김점두 경북체육회장이 6일 오전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조성된 독립운동가이자 허 선수의 현조부인 허석 지사의 기적비를 찾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허미미(가운데) 선수와 김정훈(왼쪽) 경북체육회 감독, 김점두 경북체육회장이 6일 오전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조성된 독립운동가이자 허 선수의 현조부인 허석 지사의 기적비를 찾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미미가 허석 의사의 후손이라는 것을 찾아낸 것도 김 감독이다. 허미미는 “처음에는 정말 몰랐다. 감독님이 찾아줘서 알게 됐다”며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앞서 한국방송(KBS)과 인터뷰에서 “허미미 선수가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가족관계를 확인했다가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허미미는 “4년 후 LA올림픽에 출전해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포부를 재차 드러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