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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까지 울어대는 매미 소리 때문에 수면 질이 하락한 것 같아요. 최근엔 귀마개까지 샀어요.”
서울 중구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조아무개(22)씨는 며칠째 잠을 잘 못 자고 있다. 매미가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울어대기 때문이다. 조씨는 12일 “전기요금 때문에 에어컨도 제대로 못 틀고 있는데, 그 와중에 매미 소리 때문에 창문도 못 여니까 더워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도심 곳곳에서 매미 소리가 도드라지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매미 울음소리 수치는 평균 80∼100㏈로 지하철 소음(80㏈)이나 차량 경적(100㏈)과 맞먹는다. 주거지역 소음 기준(주간 65㏈, 야간 60㏈ 이하)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직장에서 근무하는 박아무개(35)씨는 “잠원역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가에 있는 산책로에서는 매미 소리가 귀 터질 것처럼 너무 크다”며 “직원들과 걸으며 대화하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전 서구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김아무개(49)씨도 “낮밤 없이 떼로 우는 소리에 일하고 집에 와서도 조용히 쉴 수 없어 짜증과 신경질이 난다”며 “개체 수가 많아진 건지 소리도 커지고 길가에 매미 허물도 많이 떨어져 있어서 징그럽다”고 말했다.
올 여름 유독 매미 울음소리가 심한 소음으로 느껴지는 이유로는 ‘잦은 극한 호우와 무더위’가 꼽힌다.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교육과 연구관은 “땅속에 있던 매미 애벌레는 날씨가 좋은 날 밖으로 나오는데, 긴 장마철이 끝나고 매미들의 활동 시기가 한 번에 겹쳤다”며 “‘도시형 매미’라고 불리는 말매미는 정오부터 저녁까지, 참매미는 새벽 5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울기 때문에 사람들은 매미가 하루 종일 우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매미와 말매미가 배턴 터치를 해가며 쉴 새 없이 우는데 무더위가 활동 시간을 더 늘려놓았다고 한다. 김 연구관은 “말매미는 기온이 27도 정도 되면 바로 운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더 우는 특징이 있다”며 “최근 열대야와 열섬현상으로 말매미가 늦은 시간까지 울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미 중에서 울음소리가 가장 큰 말매미는 환경부가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선정할 만큼 온도에 민감하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시민생활연구팀의 매미 연구(2021년)에서도 열대야 기간이 비열대야 기간보다 아파트 단지 내 매미 소음도가 8∼1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말매미는 야간조명이 강한 곳에서 3∼4시간 더 길게 우는 것으로도 관찰됐다.
매미 소음 공해 관련 민원이 서울과 경기의 지방자치단체에 간간이 접수되고 있지만 소음을 이유로 방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매미는 해충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개체 수 조절에 개입하기 어렵다”며 “방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음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민원처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취재 도움: 조영은 교육연수생)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조영은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