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가짜 세금계산서를 교부하는 ‘가공거래’ 방식으로 10년간 22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30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의약품 판매대행업체 경영진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전·현직 세무공무원에게 금품을 건넸으며, 뇌물을 받은 전·현직 세무공무원도 검찰에 적발됐다.
9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이진용)는 중견 의약품 판매대행 업체인 ㄱ사 경영진과 가공거래에 참여한 4개 업체 대표, 세무대리인 등 9명과 6개 법인을 기소(2명 구속)했다고 밝혔다. ㄱ사 대표이사 등은 2014년 8월∼2024년 3월 가공거래를 통해 법인 자금을 유출한 뒤 수수료 등을 제외한 나머지 현금을 반환받는 방법으로 비자금 약 225억원을 조성하고 임의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횡령·배임 등)를 받는다. 특히 이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받는 방법으로 약 30억원 상당의 조세를 포탈하거나 코스닥 상장사를 동원해 약 9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ㄱ사의 세무 대리인(공인회계사) ㄴ씨는 공인회계사법 위반·조세범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ㄴ씨는 세무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2억9천만원을 수수한 뒤 세무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코스닥 상장사 ㄷ사를 동원해 16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도 있다.
세무조사 무마 혹은 알선 명목으로 ㄱ사 대표이사나 세무 대리인으로부터 각 500만∼8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전·현직 세무공무원 5명도 기소(2명은 구속)됐다. 세무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ㄱ사 관계자와 ㄴ씨 역시 뇌물공여 혐의가 추가됐다.
ㄱ사에 용역을 공급한 사실이 없음에도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용역 공급가액을 실제보다 부풀려 계산서를 발급해준 상대 업체 대표 4명도 배임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편집자 주: 공소장에 담긴 피고인의 혐의는 재판을 거쳐 무죄, 혹은 유죄로 최종 판단을 받게 됩니다. 최종 확정판결 전까지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됩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