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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소화전을 사용해 물놀이장 물을 채웠다. 제보자 제공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소화전을 사용해 물놀이장 물을 채웠다. 제보자 제공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화재 진압 등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게 돼 있는 소화전 물을 사용해 논란이다. 관리사무소 쪽은 ‘(소화전을 사용하면 안되는지) 몰랐다’는 입장인데, 소화전 물을 용도 외로 사용할 경우 최대 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9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 3일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는 대형 튜브에 물을 가득 채워 미끄럼틀과 연결하는 워터파크 형식의 물놀이를 진행하면서 단지 내 설치돼 있는 소화전 물을 활용했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일부 주민들이 ‘소방용수를 화재 진압 외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된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아파트 쪽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송파소방서에 신고했다. 아파트 쪽은 소방서에 신고가 들어간 뒤에야 소화전 사용을 중단했다. 아파트 쪽은 다음날 급수차를 불러 나머지 물을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주민들은 “작년에도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했는데 소방용수를 함부로 사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쪽은 ‘제이티비시’에 “처음엔 모르고 사용하려고 했는데 소방서에서 출동해 중지하라고 안내했다. 곧바로 중지 후 물차를 불러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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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소화전을 사용해 물놀이장 물을 채웠다. 제보자 제공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소화전을 사용해 물놀이장 물을 채웠다. 제보자 제공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며 최근 이런 물놀이 행사를 진행하는 여러 아파트 단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경우 다량의 물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아파트 단지에 마련된 소화전 물을 끌어쓰는 건 불법이다. 서울특별시 수도조례 19조는 ‘사설소화용 급수설비는 소화용 또는 소방연습용 외에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등 사유지에 설치되어 있는 사설소화전을 소방 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징수를 면할 금액의 5배 혹은 최대 50만원’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도로나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공설소화전 무단 사용은 소방기본법 28조, 50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더 높다.

일부 주민은 국민 신문고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해당 아파트를 고발조치 해달라’는 민원을 넣기도 했다. 서울특별시 수도 조례 44조가 ‘시장은 급수를 몰래 쓴 자에 대해 고발 조치’하도록 돼 있는데 따른 것이다. 아리수 강동수도사업소는 “소화전은 화재 관련 사항이 아니면 쓰지 못하게 돼 있는데, 사설 소화전의 경우 민원이 들어오는 게 아니면 사전에 파악하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민원 접수 후 현장 확인은 했다. 실제 소화전 사용 여부 및 고의성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