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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29개 정신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환자를 침대에 강박하는 행위극을 하며 부천시 원미구 부천더블유(W)진 병원 앞에서 부천시 보건소까지 행진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9일 오전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29개 정신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환자를 침대에 강박하는 행위극을 하며 부천시 원미구 부천더블유(W)진 병원 앞에서 부천시 보건소까지 행진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게 병원이냐.”(조현병 연구회 깃발 문안)
“내가 내 돈 내고 입원해서 처벌받는다는 게 말이 되나.”(이종욱 사단법인 늘봄 사무국장)
“강아지한테도 이렇게 안 한다. 동물 학대하는 사람은 구속하고 처벌하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학대하고 사망케 해도 처벌 안 한다.”(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한정연)를 비롯한 29개 정신장애 연대단체 회원 70여명이 9일 오전 부천시 원미구 부천더블유(W)진병원 앞에 모여 ‘격리·강박사건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격리·강박을 금지하라”고 외쳤다.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겪은 적 있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최근 잇따라 드러난 정신병원 사망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환자의 손발을 침대에 강박하는 행위극을 하며 2km 떨어진 부천시 보건소까지 행진을 벌였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29개 정신장애인 단체가 모여 9일 오전 경기 부천시 원미구 부천더블유(W)진 병원 앞에서 격리·강박으로 인한 사망사건 규탄 및 재발 방지 대책 요구 집회를 열어 피해자의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29개 정신장애인 단체가 모여 9일 오전 경기 부천시 원미구 부천더블유(W)진 병원 앞에서 격리·강박으로 인한 사망사건 규탄 및 재발 방지 대책 요구 집회를 열어 피해자의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앞서 부천더블유진병원에서는 지난 5월 다이어트 약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한 33살 여성 박아무개씨가 17일 만인 5월27일 격리실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박씨는 격리실에 갇혀 복통을 호소했음에도 제대로 된 구호조처를 받지 못한 채 오히려 2시간 동안 손과 발, 가슴 등 ‘5포인트 강박’을 당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가성 장폐색’으로 추정됐다. 이 병원의 병원장은 여러 티브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심리상담 전문 유튜브 채널 진행자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양재웅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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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박씨의 어머니 임미진(가명·60)씨는 딸의 사진을 들고나와 “입원한 지 일주일 만에 병원에서 오줌 쌌다고 기저귀를 사오라 연락이 왔다. 그때 대성통곡을 했다. 지금 보니까 약물 과다복용이었다”며 “우리는 방송에 나오는 유명의사가 있다는 이곳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딸이 죽은 뒤 영상을 보고 이곳은 지옥 그 자체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가해자들이 어떤 처벌을 받는지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병원의 환자나 정신질환자, 노약자들에 대한 치료시스템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9일 오전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29개 정신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환자를 침대에 강박하는 행위극을 하며 부천시 원미구 부천더블유(W)진 병원 앞에서 부천시 보건소까지 행진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9일 오전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29개 정신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환자를 침대에 강박하는 행위극을 하며 부천시 원미구 부천더블유(W)진 병원 앞에서 부천시 보건소까지 행진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집회에 참석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본인이 격리·강박 당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치료를 빙자한 고문 행위를 정부가 더는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희성 한정연 투쟁조직위원회 위원장은 “10여년전 조현병이 처음 발생했을 때 격리·강박을 두 번이나 겪었다. 최악으로 기억되는데 죽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었고 여성 당사자와 함께 서로의 참담한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면서 “정신질환자도 엄연한 시민인데 돈을 내고 입원한 병원에서 학대, 고문을 당하고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게 온당한 일이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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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그동안 8번의 강제입원을 경험했는데, 매번 격리실에 끌려가 강박을 당하고 ‘코끼리 주사’(여러 진정제를 섞은 고용량 약물)를 맞았다. 그 모든 과정에 의료는 없었고 강박의 트라우마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우리나라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을 구속하고 처벌하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학대하고 사망케 해도 처벌을 안 한다. 우리는 유기견보다 못한 존재다. 유기견은 돌아다닐 자유라도 있다”고 했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신흥로에 있는 부천더블유(W)진 병원.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이라는 펼침막이 붙어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신흥로에 있는 부천더블유(W)진 병원.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이라는 펼침막이 붙어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책임자의 법적 처벌뿐 아니라 이와 같은 의료사고 또는 살인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신병원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격리 강박 즉시 금지 △격리·강박으로 인한 피해사례 전수 조사 및 공개 △정신병원을 전수 조사하여 인권 침해가 있는 병원 모두 폐쇄 △강제 입원 등 국제 인권에 맞지 않는 모든 제도 개선 △사람 중심 권리기반의 정신건강정책 전환 선포 등을 요구했다. 이날 참여한 단체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늘봄, 경기동료지원센터, 광주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산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청주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해방전신보건연구회 등 29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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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도움: 조영은 교육실습생)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조영은 교육실습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