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2%, -3.24%, -4.71%, -2.73%, -9.66%, -4.02%, -3.27%, -2.21%“
서울 동작구에 사는 대학생 정아무개(22)씨가 파란색 물결로 넘실대는 주식 잔고 화면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5일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로 코스피가 8.77% 하락하면서 정씨가 보유한 국내외 주식 8개 종목들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추정되는 평가손실만 도합 200만원. 용돈과 알바비, 장학금 등으로 차곡차곡 모은 투자금 일부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정씨는 “시급 만원을 받으며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주식은 계속 파란불이니 한숨 밖에 안 나온다. 계속 주식 종목창을 들여다보게 된다”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싶다. 이런 타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기점으로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20대 대학생 투자자들은 급락과 급등을 오가며 전례 없이 출렁인 널뛰기장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투자 대열에 합류한 이래 크고 작은 등락을 거듭하며 호황도 불황도 경험해 봤지만 대다수는 “이런 장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3년 전부터 주식투자를 하기 시작했다는 유진석(22)씨도 주식 앱이 거의 모든 종목에서 ‘1년 중 최저가’를 알리며 시끄럽게 울어대던 그날이 잊히지 않는다. 유씨는 “주식은 코인과 다르게 변동폭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아 투자를 했는데, 갑자기 하루에 7∼8%씩 빠져버리니까 멍했다”고 했다.
작게는 한달치 아르바이트비에서부터 크게는 군 적금까지 한푼 두푼 모아 만든 종잣돈으로 ‘생계형 투자’를 표방한 대학생들은 휴가를 취소하거나 당장 다음달 월세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영중(23)씨는 “지난달 아르바이트비로 받은 60만원을 불릴 생각으로 투자를 했는데, 불리기는커녕 20만원 정도를 잃었다.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장기들이 출렁이는 느낌을 받았다”며 “개강 전 8월에 친구와 부산 여행을 가기로 계획해 숙소까지 예약했지만 폭락 이후 여행 계획 자체를 취소했다. 2박 3일 여행 식비로 충분한 돈을 못쓰게 됐으니 여행을 안 가는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마포에 사는 이승준(24)씨는 “21년도부터 꾸준히 사 모았던 삼성전자 주식 80주를 전량 매도해 50만원 가까이 손해를 봤다. 대학생에겐 적지 않은 금액”이라며 “최근 자취를 시작해 월세를 매달 내야 하다 보니 더 떨어질까봐 패닉셀을 했는데, 정작 지금은 많이 복구돼 너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취재도움: 조승우 교육연수생)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조승우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