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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역 인근 한 건물 주차타워 입구에 전기차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역 인근 한 건물 주차타워 입구에 전기차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 현상이 확산하는 가운데 따가운 눈총에 못 이겨 전기차를 팔아치웠다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실제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 인기가 시들해지는 조짐도 감지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원아무개(42)씨는 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거주 중인 오피스텔 관리사무소로부터 지난 5월 말 전기차 주차 금지 통보를 받았다”며 “지난주에 산 지 3개월밖에 안된 전기차(테슬라 모델3)를 손해 보고 팔고, 국산 휘발유차를 샀다”고 했다. 원씨가 주차금지 통보를 들은 건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벌어진 전기차 대형 화재 이전이지만, 그 이유가 ‘화재 위험’인 건 마찬가지였다. 관리사무소 쪽은 애초 “기계식 주차장이라 차가 무거워 안 된다”는 이유를 댔지만, 원씨가 차량 제원표를 보여주며 차량 무게가 허용치 안에 있다는 점을 설명하니 그제야 “불이 나서 안 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고 한다.

소방설비를 구비하지 않은 건물 쪽 책임을 차주에게 전가한 것도 원씨가 문제 삼는 대목이다. 오피스텔 주차장에 소방법상 설치해야 하는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가 발생해도 보험 처리가 불가능하다며 전기차 출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사를 결심하고 원씨가 임시로라도 주차를 허가해달라고 양해를 구하자, “주차 중 화재 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엄포가 되돌아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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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씨는 “환경 문제로 전기차를 장려하고 보조금도 지급하는데, 마녀사냥이 계속되고 있다”며 “전기차주는 자기 돈 수천만 원 내가면서 눈치 보며 차를 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회원 수 100만명이 넘는 전기차 이용자 인터넷 카페에도 ‘전기차가 밉상이 된 것 같다’ ‘전기차 포비아로 중고차 가격 떨어질 까 노심초사’라는 내용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방적인 아파트 주차금지 등에 법적 조처를 준비하는 이들도 속출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중고차 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최근 전기차 매물은 쏟아지고 있는 데 반해 소비자들은 구매를 기피하고 있다는 게 뚜렷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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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도움: 조승우 교육연수생)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조승우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