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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연합뉴스

참여연대가 검찰의 정치인, 언론인, 일반 시민 통신정보 조회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무차별적인 통신정보 수집을 통제할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5일 논평에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통신이용자정보를 무차별 조회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언제든 수사 명목으로 정치인·언론인은 물론이고 이들과 통화한 일반 시민들의 정보를 조회·수집할 수 있다면 어느 누가 마음놓고 통화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회를 우리는 ‘독재국가’라고 부른다”라며 “검경의 반대로 법원 통제화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허점이 만들어낸 위헌적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번에 검찰이 조회한 통신이용자정보는 이용자의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로, 법원의 영장 없이도 볼 수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2022년 대선 당시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토대로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후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피의자 및 참고인들이 통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광범위하게 파악했다. 참여연대는 “이 정보는 단순 인적사항을 넘어 통신·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와도 관련이 있다”며 “특히 언론인의 경우 취재원의 신원이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언론의 자유 침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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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과연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가 3천여 명에 달하는 언론인·정치인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할 사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에 대한 충성 경쟁에서 시작된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 방식이자, 법원 통제화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허점이 함께 만들어낸 위헌적 상황”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번 통신정보 조회는 최근 야당 정치인들과 언론인 등에게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사실 통지’라는 제목으로 ‘2024년 1월4일 통신가입자의 성명과 전화번호를 수사 목적으로 조회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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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검찰이 법에서 규정한 통지 기간 30일을 한참 넘겨 7개월 만에 통지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도 비판했다. 전기통신산업법을 보면, 피해자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경우, 증거 인멸 등 공정한 사법절차의 진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일 때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사실을 유예할 수 있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관련 법안 제·개정에 소홀했던 국회와 야당의 책임도 크다며,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정보 수집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은 그동안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시) 법원 허가를 받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수사의 밀행성·신속성’을 이유로 무산시키는 데 앞장서왔다”며 “이번 사안과 같이 수천여명의 통신이용자정보를 제멋대로 조회하기 위해 그동안 법원 통제 입법화를 반대해 온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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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당사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며 법원의 수사 통제 절차를 마련하는 한편, 검경도 수사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 안에서 최소한의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