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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국 텐진공항 상공에서 난기류를 만나 기내식 등이 쏟아진 대한항공 KE197편 기내 모습. 김해인(김갖의 여행 아카이빙 블로그 운영자)씨 제공
4일 중국 텐진공항 상공에서 난기류를 만나 기내식 등이 쏟아진 대한항공 KE197편 기내 모습. 김해인(김갖의 여행 아카이빙 블로그 운영자)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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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인천에서 몽골 울란바토르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나 승객과 승무원 10여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글과 사진 등이 공개됐다.

해당 여객기에 탑승했던 김해인(37)씨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비행기가 급강하했고 기내식들이 모두 튀어 올라 비행기 천장에 주스와 소스가 묻어 다시 좌석으로 쏟아졌다”며 “무엇보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승객들이 공중으로 몸이 솟구쳐서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손님 가운데 한 명은 정말 심하게 튕겨져 나가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고 복도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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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국 텐진공항 상공에서 난기류를 만나 기내식 등이 쏟아진 대한항공 KE197편 기내 모습. 김해인(김갖의 여행 아카이빙 블로그 운영자)씨 제공
4일 중국 텐진공항 상공에서 난기류를 만나 기내식 등이 쏟아진 대한항공 KE197편 기내 모습. 김해인(김갖의 여행 아카이빙 블로그 운영자)씨 제공

김씨는 “내 옷에도 주스가 잔뜩 묻었는데 (차가운) 주스여서 다행이지 뜨거운 커피나 컵라면이 서빙된 상황이었다면 정말 큰 화상 사고로 이어졌을 것 같다”며 “컵라면 서빙이 중단된 이유를 납득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기내 컵라면 국물로 인한 화상 사고 방지를 위해 15일부터 장거리 노선에서 제공하던 컵라면을 일반석(이코노미)에 한해 주지 않기로 한 바 있다.

김씨가 5일 한겨레에 제공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사고 직후 승무원들은 기내 복도에 떨어진 잔해를 피해 걸어 다니며 승객들의 안전을 살폈다. 복도에는 승객들이 먹던 기내식 식기와 컵, 남은 음식물 등이 쏟아져 뒹굴었고, 음료 등은 바닥뿐 아니라 머리 위 선반에까지 튀어 있다. 또 다른 탑승객이 엑스(X·옛 트위터)에 같은 상황을 담은 사진을 올리며 “기내식을 다 먹을 즈음 비행기가 급강하해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식판 다 엎어지고 난리 났다”며 “요즘 난기류가 심하다고 들었는데 진짜”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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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국 텐진공항 상공에서 난기류를 만나 기내식 등이 쏟아진 대한항공 KE197편 기내 모습. 김해인(김갖의 여행 아카이빙 블로그 운영자)씨 제공
4일 중국 텐진공항 상공에서 난기류를 만나 기내식 등이 쏟아진 대한항공 KE197편 기내 모습. 김해인(김갖의 여행 아카이빙 블로그 운영자)씨 제공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는 한 누리꾼도 자신의 블로그에 “롤러코스터 타듯 몸이 무중력 (상태에 놓인) 느낌을 받았다”며 “앞에 놓인 식판들은 붕 떴다가 바닥으로 쏟아졌고 아이가 먹으려고 받아둔 주스도 (위로 솟구쳤다가) 내 머리 위로 다 쏟아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왜 심장마비가 오는 것인지 알겠다. 이번 난기류를 겪으면서 느낀 건 벨트등이 떴을 땐 꼭 벨트를 하자(였다)”고 덧붙였다.

앞서 승객 281명을 태운 대한항공 KE197편은 4일 오전 9시30분께 중국 톈진 공항 상공을 운항하던 중 고도 3만4100피트(10.4㎞) 상공에서 강한 난기류를 만났다. 약 15초간 기체가 위아래로 흔들리며 좌석 테이블 위에 놓인 기내식 등이 바닥에 떨어졌고, 승객과 승무원 10여 명이 목,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부상을 입었다. 이 여객기는 이날 오전 8시1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이륙한 지 1시간가량 지날 즈음 톈진 공항 주변 천둥과 번개로 우회 운항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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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객실 바닥에 기내식과 쟁반이 떨어져 있다. 김해인(김갖의 여행 아카이빙 블로그 운영자)씨 제공
여객기 객실 바닥에 기내식과 쟁반이 떨어져 있다. 김해인(김갖의 여행 아카이빙 블로그 운영자)씨 제공

대한항공은 부상을 입은 승객들에게 기내에 비치된 소염진통제 등을 제공했고, 여객기는 울란바토르 공항에 정상 착륙했다. 착륙 당시 승객들은 박수를 쳤다고 한다. 착륙 직후 대기 중인 의료진이 부상자들을 진료했고 병원 후송 없이 모든 승객이 입국을 완료했다고 항공사 쪽은 전했다.

천경석 기자 1000pr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