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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용 보행 보조기구인 ‘흰 지팡이’. 연합뉴스
시각장애인용 보행 보조기구인 ‘흰 지팡이’.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법무부 장관과 서울 ㄱ구치소장에게 시각장애인 수용자가 입소할 때 ‘흰 지팡이’ 등 장애인보조기구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1일 밝혔다. 흰 지팡이는 도로교통법 등에도 명시된, 흰색의 시각장애인 전용 지팡이를 이른다.

이날 인권위 설명을 들어보면, 중도실명 장애인으로 서울 ㄱ구치소에 지난 2021년 입소한 진정인 ㄴ씨는 실외 운동 시간에 시각장애인용 보행 보조기구인 ‘흰 지팡이’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구치소에 요청했으나 흉기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허락되지 않아 차별을 받았다는 진정을 인권위에 접수했다. ㄴ씨는 진정서에 “실외운동 시간에 산책할 때 동료 수용자로부터 인적 지원을 받았으나 마음이 불편했고 ‘흰 지팡이’가 없어 모퉁이에 머리를 부딪치고 뒤로 넘어지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ㄱ구치소는 인권위에 “진정인 ㄴ씨는 ‘흰 지팡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이동할 때마다 직원이 일대일로 옆에서 손을 잡고 동행하며 안내했고, ㄴ씨가 넘어졌거나 다쳤다는 주장은 동정관찰 사항 부상보고에 내용이 없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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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ㄴ씨가 ‘흰 지팡이’ 사용을 요청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아 진정을 기각하면서도, 시각장애인이 구금시설에 수용될 경우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용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보조기구 사용을 포함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시설물의 소유·관리자가 장애인 보조기구 등을 시설물에 들여오거나 사용하는 것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수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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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흰 지팡이’는 가벼운 소재로 제작되고 날카로운 부분이 없어 신체에 치명적 상해를 주는 흉기 등과 같은 종류로 보기 어렵다”면서 “만약 ‘흰 지팡이’를 잡고 마디 끝부분 등으로 내리쳤을 때 상해 위험이 있다면, 끝부분을 좀 더 안전한 고무 재질 등으로 보완하거나, 실외운동을 할 때만 ‘흰 지팡이’를 제공했다가 회수하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