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김태규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앞서 정치적 편향을 드러낸 부적절한 발언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선출과정에서 탈락했던 인물이다.
판사 출신인 김 위원은 2021년 변호사 개업을 한 뒤 당시 유력 대통령 후보로 떠오른 윤석열 대통령 지지모임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에서 활동했다. 같은 해 5월 창립식에서 김 위원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원수를 시해하거나 권좌에서 물리는 걸 두고 반역이라 볼 수 없다”며 “자유민주적 시각에서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국가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것이 오히려 반역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겨냥해 국가 지도자 살해를 뜻하는 ‘시해’를 언급한 것이다.
반면 당시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이던 윤 대통령에 대해선 우호적이었다. 그는 “윤석열 전 총장이 ‘헌법주의자’라는 표현과 함께 ‘자유 민주주의와 공정한 시장질서, 자유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이 외교의 우선’이라는 얘기를 했을 때 안도했다”며 “어느 누구든 극단적 좌파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2022년 10월 김 위원은 권익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돼 전현희 당시 권익위원장 사퇴를 압박했다.
김 위원은 2021년 낸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 책에서도 극단적 성향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는 “좌익단체들이 총동원돼 대중을 선동하고 (이렇게)모아낸 에너지가 처음으로 제대로 작동해 정권을 무너뜨리는, 의미가 나름 큰 사변”이라고 말했다. 헌재 탄핵 인용 결정에는 “다툼이 첨예한 사건이 재판관 전체 만장일치로 판결 난 것도 진실과 공정성에 의심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통령 책임을 묻는 이들에게는 “고대국가 시대에 천재지변 책임을 물어 왕 내지 신지(군장)를 처단하는 모습”이라 지적했다.
김 위원은 올해 초까지 이뤄진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여권이 원하는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수차례 이뤄진 회의 끝에 결국 최종 후보 2인에 들지 못했다. 당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사이에서도 김 위원의 극단적 성향이 가장 큰 결격 사유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