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드디어 아이와 함께 바다에 왔어요.” 발달장애인 안세진(26)씨의 어머니 고창희(59)씨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장애인 전용 해수욕장인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광진리 ‘큰바다해수욕장’에서 모자는 행복한 물놀이를 마쳤다. 물 공포증이 있는 세진씨는 바다에 발을 담그기만 했지만, ‘엄마의 소원’이라는 말에 선뜻 따라나선 아들이 창희씨는 고맙기만 했다.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이 무더위를 피해 편하게 물놀이를 즐기고 휴식할 수 있게 서울시는 이달 18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20여일간 ‘서울시 장애인 해변캠프’를 연다. 백사장부터 바다까지 이어진 휠체어 전용 통행로, 중증장애인을 위한 수상 휠체어도 비치되어 있다. 해수욕장은 흔하지만, 장애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드물기에 큰바다해수욕장은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큰바다해수욕장이 장애인 전용 해수욕장으로 자리잡은 것은 2013년부터이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장애인들은 망상, 낙산, 정동진, 설악, 봉수대, 기사문 해수욕장을 전전해야 했다. ‘장애인들이 오면 비장애인들이 기피한다’는 이유가 컸다. 이곳저곳 떠돌던 장애인들은 광진리 주민들의 동의 덕에 지금까지 큰바다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여름이면 전국 264개의 해수욕장이 일제히 개장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마음껏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최근 강릉 연곡해수욕장과 거제 와현모래숲해변에 장애인을 위해 보행로가 설치되고, 수상 휠체어가 마련됐다. “큰바다해수욕장뿐 아니라 여러곳의 해수욕장을 세진이랑 함께 왔으면 좋겠어요.” 창희씨는 해수욕을 마치고 평상에 누운 세진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