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연 대법관 후보자가 부모 도움으로 자녀들이 비상장 주식을 사들여 재산을 형성한 것과 관련해 “요즘은 아이들 돌이나 100일 때 금반지를 안 사주고 주식을 사준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 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고 산 것”이라며 “그것을 편법 증여로 폄하한다면, 자녀들에게 주식을 사서 주는 부모들 마음은 다 비난받아야 하는 것인지를 제가 여쭤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허영 민주당 의원이 “후보자가 잘못을 인정해 기부(를 결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이 답변이 맞는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은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백 의원이 이날 청문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각각 8살과 6살때 이 후보자 남편의 형이 운영하던 시외버스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각각 300여만원어치씩 매입했다. 당시 이 후보자도 주당 2만6000원에 2391주를 매입했는데 12년 동안 가족 전체가 이 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7억7200여만원이었다. 지난해 이 후보자 가족은 이 주식을 취득가의 13.6배 가격으로 사모펀드에 매각해 22억원의 시세차익도 얻었다. 이 후보자의 딸은 만 19살때 아버지 돈으로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뒤 아버지에게 되팔아 63배가량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도 나타났다.

해당 버스 회사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적자 노선을 유지하는 명목으로 총 1374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것도 논란이 됐다. 백 의원은 “국고보조금이 투입된 기업을 가족의 재산 축적 수단으로 삼았다. 공직자의 양심, 도덕성에 반한다”고 질타했다. 이 후보자는 “국고보조금은 전액 적자 노선 운행 비용을 보조하는 데 들어간다. 국고보조금으로 배당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시세차익이 많다고 지적받은 비상장주식에 대해 배우자와 장녀가 가진 주식을 전부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도록 기부하기로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제가 가진 재산보다는 제가 내렸던 판결을 봐주십사 말씀드린다”고 했다.

한편 대법원 1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이날 이 후보자가 서울고법 노동전문 재판부에 있을 당시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 불법파견’ 사건 재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대해 “불법파견이 맞는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후보자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2차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 32명이 “현대차로부터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불법파견’ 관계에 있다”며 낸 근로에 관한 소송 항소심에서 지난 2022년 1월 직접생산 공정 업무인 8명을 제외하고 모두 패소 판결을 한 바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