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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본사. 한겨레 자료
쿠팡 본사. 한겨레 자료

지난 9일 새벽 경북 경산에서 폭우 속에 배송 업무를 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40대 여성 ㄱ씨가 ‘쿠팡 카플렉스’(카플렉스) 노동자로 쿠팡 물품을 배송하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카플렉스는 쿠팡과 직접 계약을 맺고 자차를 이용해 배송하는 노동 형태인데, 쿠팡 쪽은 다른 배송 노동자와 달리 이들에 대해선 산재보험 가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ㄱ씨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1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일 새벽 5시10분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배달을 못 하겠다’는 의사를 회사에 전한 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ㄱ씨는 쿠팡의 카플렉스 노동자였던 걸로 파악됐다. 쿠팡은 ‘쿠팡친구’, ‘쿠팡 퀵플렉스’, ‘쿠팡 카플렉스’ 등 주로 3가지의 배송 제도를 운용 중이다. 이중 카플렉스는 자신의 차를 이용해 ‘로켓 프레시’ 등 쿠팡 물품을 위탁 배송하는 제도로 2018년 도입됐다.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신청해 배송하며, 건당 배송 수수료에 프로모션 비용 등을 더해 정산받는다. 배송 전문 자회사(쿠팡 CLS) 혹은 자회사가 위탁계약을 맺은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쿠팡친구·퀵플렉서와 달리, 쿠팡 본사와 계약을 맺어 고용주의 의무 또한 쿠팡 본사가 진다는 특성이 있다.

문제는 카플렉스 노동자의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지난해 7월부터 개정 시행된 산재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 18개 업종에 종사하는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도 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 됐지만, 쿠팡은 카플렉서(카플렉스 제도로 일하는 노동자)를 산재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았다.  쿠팡 관계자는 산재보험 미가입을 이유를 묻자 “(카플렉서는) 정기적으로 업무하는 택배기사와 달리 자차를 이용해 본인 희망에 따라 소량을 가끔씩 배송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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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은 카플렉서 또한 산재보험 가입 대상으로 봐야 하며, 쿠팡이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개정된 산재보험법 취지에 따라 근로 시간이나 전속성 여부와 무관하게 노무 제공의 성격에 맞춰 가입 대상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쿠팡이츠와 같은 음식 배달 플랫폼 노동자 또한 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는 “다른 방식으로 계약한 택배기사(쿠팡친구 등)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면 근무시간 등과 관계없이 특수고용노동자로서 산재 적용 대상이 된다”며 “‘로켓 프레쉬’ 등 기한이 정해진 배송 업무를 똑같이 수행했다면 사업주의 지시감독이 전제됐다고 봐 근로자성이 인정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