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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한겨레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한겨레 자료사진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사건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성근 구명 로비를 브이아이피(VIP)에게 했다’고 말한 통화 녹취가 공개되자 이 전 대표 등은 ‘구명 로비’ 자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브이아이피를 언급한 시점은 ‘대통령 격노설’이 보도되기 한참 전이어서, 구명 로비를 하지 않았다면 이 전 대표가 통화에서 브이아이피를 먼저 언급하는 게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화는 8월9일, 격노설 보도는 27일

전날 공개된 이 전 대표와 공익제보자 ㄱ변호사의 통화는 지난해 8월9일 이뤄졌다. 당시 ㄱ변호사가 “그 사단장 난리 났대요”라며 대화를 시작하자 이 전 대표는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그래 가지고 ㄴ이가 전화 왔더라고. 그래 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브이아이피한테 얘기를 하겠다(라고 ㄴ에게 말했다)”라고 답한다. 이 전 대표는 “이제 포항에 가서 임성근이 만나기로 했는데 이번 문제가 되니까 이 ××(임성근) 사표 낸다고 그래 가지고 내가 못 하게 했거든 (중략) 내가 브이아이피한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마라(고 말했다)”라고 말한다. ㄱ변호사와 이 전 대표는 모두 해병대 출신이다. 통화에 등장하는 ㄴ씨도 전직 경호처 직원으로 해병대 출신이다.

이 대화가 이뤄지던 지난해 8월9일은 이른바 ‘브이아이피 격노설’이 불거지기 한참 전이다. 브이아이피 격노설은 지난해 8월27일 문화방송 시사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가 박정훈 대령 쪽이 만든 ‘수사 진행 경과’ 문건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항명 혐의 등으로 입건된 박 대령 쪽이 수사 대비를 위해 만든 해당 문건에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해 들은바, 7.31(월) 오전 대통령 주관 대통령실 회의 시 안보실 국방보좌관(비서관)이 ‘해병대 1사단 익사사고 조사 결과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 예정이다’라고 보고하자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바로 국방부 장관 연결”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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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 주장대로 통화 내용이 허구라면 이 전 대표는 18일 뒤에 보도된 브이아이피 연루설을 미리 알고, 이에 기반해 허언을 했다는 뜻이 된다. 이 전 대표는 ‘해당 내용은 ㄴ씨가 임 사단장에게 보낸 문자를 읽은 내용이다. 녹취로 보면 내가 주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ㄴ씨가 주어다. 브이아이피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성근, 구명운동 부인하면서도 ㄴ씨 문자는 인정

두 사람 간 통화에는 ㄴ씨가 임성근 사단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도 나온다.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ㄴ이가 (임성근에게) 문자를 보낸 걸 나한테 포워딩을 했더라고. 그래서 내가 브이아이피한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마라(라고 말했었다). 왜 그러냐면 이번에 아마 내년쯤에 발표할 거거든. 해병대 별 4개 만들 거거든. 근데 요새 갈수록 매스컴이 너무 두드리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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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전 사단장은 9일 녹취록 짜깁기 가능성을 제기하며 ‘구명설’을 완전 부인했다. 하지만 통화 녹취에 나오는 ㄴ씨의 문자메시지는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8월2일 이후 미상일에 ㄴ씨로부터 ‘언론을 통해 사의 표명을 들었다. 건강 잘 챙겨라’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듯한데, 수령 일시와 정확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 전화 통화한 기억은 없다. ㄴ씨의 통화내역을 확인하면 명확히 확인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7월28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의를 표했다. 30일 김 사령관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을 독대해 임 사단장 보직해임과 후임자를 논의했다. 31일 임 사단장은 업무에서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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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같은 날 국방부는 돌연 태도를 바꿔 “내일부터 임 사단장을 정상출근 시켜라”라고 해병대에 지시했다. 임 사단장은 다음날인 8월1일자로 업무에 복귀했다. 따라서 구명운동이 있으려면 그 전에 있었어야 하는데, ㄴ씨에게 전화를 건 사실은 없고, ㄴ씨로부터 온 문자메시지는 8월2일인 듯하므로 구명운동과 무관하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10일 구명설을 전면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자 이아무개씨가 ‘브이아이피에게 내가 얘기하겠다’며 임 사단장 구명 로비에 나섰다는 일부 의혹 보도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며 “대통령실은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하며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