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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7일 진실화해위 조사개시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황인수 조사1국장이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뒷자리에 앉아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지난 5월27일 진실화해위 조사개시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황인수 조사1국장이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뒷자리에 앉아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내가 여러분들한테 드릴 수 있는 말은 진술은 진술이다, 제가 30년 가까이, 흔히 말하는 대공사범들을 만나왔지만 자수하지 않았는데, 잡혔는데, 자기가 간첩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이슈가 됐던 암살대원? 간첩한 것도 인정 안 하는데 사람 죽인 거 인정하겠어요? 암살대원인데. 그 부분은 여러분들한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하여튼 그런 관련되는 게 결국은 한마디로 요약을 하면, 역사가 공정하게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게 생각이었고 그래서 여기 오게 된 겁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황인수 조사1국장이 지난해 10월5일 조사1국 조사관 80여명을 6층 대회의실에 불러 직원교육을 한다면서 했다는 말이다. 본인의 국정원 대공 수사관 시절을 회고하면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들을 ‘간첩’에 비유한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처장(3급) 출신으로 지난해 6월 채용 때부터 논란을 빚은 황인수 조사1국장은 9월 부임 이후 조사관들에게 국정원 직원들에게나 할 법한 교육을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 변장 출석’ 논란으로 부적절한 처신이 진실화해위 안팎에서 입길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그동안 황인수 국장이 조사관들에게 해온 발언에 대한 내부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한겨레와 접촉한 복수의 조사관들은 “황 국장이 노골적으로 희생자와 유족들을 국가에 돈 뜯어내려는 거짓말쟁이로 치부하는 것은 물론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조사관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왔다”고 말했다.

황 국장이 직원교육 자리에서 언급한 ‘암살대원’은 전남 진도경찰서가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족을 감시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에 나온 것으로, 이로 인해 해당 희생자들은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피해 확인)이 보류된 바 있다. 전남 진도경찰서가 작성한 문서에 ‘암살·방화한 자’로 적힌 이들도 진실규명이 보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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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교육을 했던 지난해 10월 초는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 사건을 다루는 진실화해위 1소위에서 진도·영천 두 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조사보고서를 안건으로 올리고 여야 추천위원 간에 의견이 모이지 않아 진통을 겪던 때였다. ‘암살대원’ 때문이었다. 1960~1970년대 경찰은 희생자와 유족 관련 자료를 정리하며 한국전쟁 당시의 희생 사유란에 ‘암살’ 등을 적었는데, 13살·14살은 물론 9살 아이에게도 해당 기록이 들어가 신빙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광동 위원장과 이옥남 상임위원은 ‘암살’이 부역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인 양 몰면서 이들에 대해 진실규명 불능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인수 국장 역시 13살·14살 희생자들을 ‘자수하지 않는 간첩’에 비유하며 ‘암살대원’이 확정적인 사실처럼 이야기한 셈이다.

황 국장은 직원교육 자리에서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단순히 이해 당사자의 진술만 가지고 역사를 거꾸로 쓰고 이상하게 쓰고 뒤집어쓰는 게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서 계속 의문을 가지는 거. 그래서 저는 여기 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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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은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하는 황인수 국장의 태도는 진술조사 시 ‘거짓말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고지를 사전에 반드시 하고 사인을 받도록 하는 조처로 이어졌다. 이는 ‘업무상 필수사항’으로 강조되어 조사1국 조사관들에게 하달됐다고 한다. “진술인은 위원회의 진실규명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거짓의 진술(진술서 제출 포함)을 할 경우 법에 따라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알고 있나요”가 그 내용이다.

조사1국의 ㄱ조사관은 이와 관련 “신청인의 기억과 속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면 공감대를 쌓아도 모자란 판에 80대 할머니를 만나 이런 질문부터 하면, 하려던 진술도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내부에서는 황인수 국장의 이런 태도가 진실화해위의 정체성을 본인이 30여년간 재직했던 국정원과 혼동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관 ㄴ씨는 “진실화해위가 간첩 잡는 곳인가. 은폐된 진실을 규명해서 70여년간 국가가 외면했던 한을 풀어주라고 여야가 특별법 제정해서 만든 국가기관이 진실화해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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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수 국장은 지난 1994년 1월 국정원에 대공수사 분야 7급으로 입사해 2015년 9월부터 2022년 12월 퇴직할 때까지 3급 대공수사처장을 지냈다. 2023년 5월부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과학기술사이버 안보 분야의 책임연구원을 지내다 한 달만에 진실화해위 고위공무원 나급에 지원해 채용됐다. 황인수 국장은 야당 의원들의 요구로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하기로 돼 있으나, 실제 출석할 지는 불투명하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