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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에 등장하는 불안. 씨지브이(CGV) 누리집 갈무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에 등장하는 불안. 씨지브이(CGV)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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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면 불안해요. 남들은 취업하고 저축도 하면서 계속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니까, 저도 지금 상황에 만족하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이 있어요. 그래서 주인공을 끊임없이 다그치는 ‘불안이’가 꼭 저 같았어요” (25살 조수민씨)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가 개봉 28일 만인 9일 누적 관객 수 7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2편에서 새롭게 등장한 감정인 ‘불안’이 많은 한국 관객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2는 13살 사춘기가 시작된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 전에 없던 감정인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의 낯선 감정이 등장하며 평화롭던 일상이 깨지고 다시 위기가 시작된다는 내용이다. 그중 ‘불안’은 지나치게 미래를 걱정하고 스스로에게 날을 세우다 결국 라일리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2편의 ‘메인 빌런’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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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관객들은 무한 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이 낯설지 않아 차마 그를 미워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불안이와 내가 비슷하게 느껴졌다”는 조씨는 “‘경쟁 중독’인 한국 사회에서 불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감정이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니 자꾸 실패의 상황을 상상하며 불안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윤영우(26)씨 역시 “패닉에 빠진 불안이의 모습이 잘해내고 싶어 애쓰던,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할까 두려워하던 내 모습과 겹쳐 보이면서 눈물이 났다”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도태되는 건 아닌지에 대한 불안을 살아가며 자주 마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사회와 불안은 무관하지 않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한국의 사회적 불안과 사회보장의 과제’ 연구에는 “우리 사회가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허용적이지 않다는 점이 불안과 무관하지 않으며, 사회에서 주목받는 삶의 방식이 아니면 삶의 대안적 선택이 없다고 여겨진다. 직장과 학교 등 공동체의 약화, 공정성 불신 등에서 빚어진 불확실성도 불안과 긴밀히 연결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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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는 사회적 불안감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불안을 잘 다스리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곽금주 서울대 명예교수(심리학)는 “우리나라는 집단주의 문화가 자리 잡다 보니 비교 심리가 많이 작용한다. 남이 하는 만큼 하지 않으면 나는 뒤처진다는 불안감이 우리나라에서 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불안 장애를 가진 환자를 진료할 때 자주하는 말이 ‘100% 불안 없는 세상은 없다’는 것이다. 심한 불안이 느껴질 경우 복식 호흡, 명상 등의 이완 요법을 수행하는 게 좋지만 적당한 불안은 자극과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면서 “불안을 긍정적인 자극으로 삼으며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