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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묵차 푸드트럭 앞에 선 유희 십시일반 밥묵차 대표. 십시일반 밥묵차 제공.
밥묵차 푸드트럭 앞에 선 유희 십시일반 밥묵차 대표. 십시일반 밥묵차 제공.

노동자, 빈민, 장애인, 참사 유가족이 거리에 나설 때 이들의 밥을 책임 졌던 ‘십시일반 밥묵차’ 유희 대표가 지난 18일 별세했다. 향년 65살.

유 대표는 1988년 서울 청계천에서 공구 노점을 하다가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진 폭력적인 단속에 항의하며 노점상 운동과 빈민운동을 시작했다. ‘밥’을 매개로 여러 투쟁 현장과 연대하기 시작한 건 1995년 장애·빈민 운동가 최정환, 이덕인 열사의 죽음이 이어진 시기였다. 집회에 나선 이들을 위해 솥을 가져다 국밥을 끓였다. 2016년부턴 그의 뜻을 지지하는 이들의 도움으로 ‘밥묵차 푸드트럭’을 마련해 거리에 나섰다. 세월호 가족이 있는 팽목항, 사드 반대 투쟁이 벌어진 경북 성주, 청소노동자가 있는 엘지트윈타워, 김진숙 지도위원이 걷는 길 등 고통 받는 이들이 모인 전국 곳곳이 그가 밥을 나눈 ‘식당’이었다.

“맛있게 드세요”를 광장이 떠나가게 외쳤던, 강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동료들은 추모했다. 세월호 희생자 임경빈의 엄마 전인숙씨는 추모글에서 “죽고 싶을정도로 너무 괴롭고 힘겨울 때, 곁에 다가와 안아주고 힘을 주셨지요. 욕해줘야 할 땐 시원하게 욕도 해주셨어요. 늘 든든한 내편이 생긴 것 같아 너무도 좋았습니다”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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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공동대표는 “투쟁현장에서 지친 영혼들에게 몸과 마음의 위로가 되는 생명의 양식”이었다고 유 대표의 밥을 기억했다. 차헌호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는 그의 밥이 “집밥처럼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었다”며 “국자를 들고 야단치면서도 즐겁게 배식하던 유희 동지가 보고 싶다”고 했다.

유 대표의 장례는 민주동지장으로 치러진다. 20일 오전까지 유 대표 덕분에 배불렀던 1292명, 207개 단체가 장례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1일. 광화문광장과 자택이 있는 인천을 들러 노제를 치른 뒤, 마석 모란공원에서 유 대표는 영면에 든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