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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지난 5월21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지난 5월21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받고도 이틀 동안 지시 이행 여부를 고심한 정황이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의 진술로 드러났다. 김 사령관도 장관의 지시를 바로 수용하기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경찰에 이첩된 기록을 군검찰이 회수하기 직전 유재은 법무관리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등에게 모종의 지시를 따로 내린 정황도 드러났다.

김계환 진술과 달리 이첩 보류 주저한 정황

13일 한겨레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긴급구제 사건 조사 과정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포함된 신 전 차관 등의 진술 내용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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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전 차관은 인권위에 “8.1 14:00 해병대사령관에게 확인차 전화해보니, 해병대사령관이 ‘잠시 후에 답을 드리겠다’라고 하여, 본인은 ‘장관님 지시가 간단한데 왜 그런지?’를 물었었다. 1시간 정도 뒤에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전화하니, 해병대사령관이 ‘이첩 보류하겠다'고(장관 지시 수용 의사를 밝혔다)”라고 진술했다.

이는 지난 2월1일 김 사령관이 박 대령의 항명 등 혐의 재판에 나와 ‘명확히 지시했다’고 한 진술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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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령관은 당시 재판에서 군검사가 ‘7월31일 오후 4시께 사령부 중회의실에서 순직사건 조사기록 이첩에 관해 장관 귀국 때까지 이첩을 보류하라고 명령한 사실이 있냐’고 묻자 “네”라고 답변했다. 박 대령 쪽 변호인의 유사한 질문에도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처음에 장관한테 이첩 보류 지시받은 날(지난해 7월31일) 중회의실에서 자체 회의 때 명확히 지시했다”고 밝혔다.

신 전 차관이 인권위에 답변한 내용에 따르면 ‘명확한 이첩 보류 지시는 없었다’는 박 전 단장의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그의 항명 혐의 등 군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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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장관이 사건 회수 전 유재은 관리관, 김동혁 검찰단장 등에게 따로 지시를 내린 정황도 드러났다. 신 전 차관은 “(이첩 사실을)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11:30경 전화를 받고 확인한 후 장관에게 전화했다. 장관은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검토하도록 본인에게 지시하여, 13:30경 법무관리관과 검찰단장 등을 집무실로 호출하였다”며 “(그런데) 그 사이 법무관리관과 검찰단장이 각각 장관과 통화하여 대응 방안을 논의하였음을 확인하고 별도의 토론 없이 회의를 마쳤다”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당시 해외 출장 중이었던 이 전 장관이 신 전 차관의 보고를 받고,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했는데 차관이 나서기도 전에 직접 법무관리관과 검찰단장에게 따로 재차 지시를 내렸다는 뜻이다. 이때 즈음 이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세차례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은 박 대령 항명 혐의 수사는 본인 지시지만, 위법성이 짙다고 평가 받는 ‘사건회수’는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 인사가 사건회수 지시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