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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30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에서 얼차려 중 쓰러졌다가 이틀 만에 숨진 훈련병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5월30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에서 얼차려 중 쓰러졌다가 이틀 만에 숨진 훈련병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 훈련병이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인 중대장이 군기훈련 중 쓰러진 훈련병에게 “일어나”라며 다그친 정황이 공개됐다. 군인권센터가 이날 공개한 훈련병의 사망진단서 등 의무기록을 보면, 사인은 패혈성 쇼크에 따른 다발성장기부전이었다.

군인권센터의 설명을 12일 종합하면, 지난달 사망한 ㄱ 훈련병은 지난달 23일 완전 군장을 멘 채 선착순 뛰기, 팔굽혀펴기, 구보 등의 위법한 군기훈련을 50분가량 받던 중 쓰러졌다.

“사람이 쓰러지면 괜찮냐고 물어야 상식 아닌가”

이를 본 의무병이 달려와 ㄱ 훈련병의 맥박을 체크했는데, 군기훈련을 명령한 중대장은 “일어나, 너 때문에 애들(군기훈련 받던 다른 훈련병들)이 못 가고 있잖아”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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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는 군사경찰이 유가족에게 이런 정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군기훈련 현장에는 중대장과 부중대장 조교 3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사람이 쓰러지면 괜찮냐고 물어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냐”며 “훈련병이 쓰러져 가혹행위를 못 한다는 얘기인데 상당히 문제가 많은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이 훈련병을 죽음으로 내몬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날 군인권센터는 훈련병의 강릉아산병원 사망진단서 등 의무기록도 공개했다. 사망진단서에 따르면 ㄱ훈련병은 다발성장기부전을 동반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으며 그 원인은 열사병이었다. 고열과 혈압 저하에 시달리는 가운데 장기가 망가지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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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진료한 의무실 기록조차 없다

유가족들이 ㄱ훈련병의 의무기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최초로 진료한 신병교육대 의무실의 의무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새롭게 드러났다. 신교대 의무실의 의무기록은 ㄱ 훈련병에 대한 초기 조처가 적절히 이뤄졌는지, 의료기관 후송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졌는지 파악하는 데 필요한 자료다. 현행법(군보건의료에관한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데, 이런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육군이 밝힌 것처럼 군의관이 응급구조사와 수액, 체온 조절을 위한 응급조치를 진행했고, 응급의료종합상황센터와 연계해서 환자 상태, 이송 수단 등을 고려해 긴급 후송한 것도 사실이라면 전산상 의무기록이 존재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그런데도 기록이 없다는 건 명백히 관계 법령을 위반한 행위다. 이 점에 대해서도 수사를 통해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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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는 이날 ㄱ 훈련병을 의료기관으로 후송하는 구급차에 가해자인 중대장이 선임탑승자로 동승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가해자인 중대장이 환자 인솔을 맡으면서 상황을 축소해서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얼마든지 상황을 축소해서 보고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사람을 환자 보호자 역할을 수행할 선임탑승자로 보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