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처음 다니는 나는/ 이제 학생이 되었다// 학교에서 한글을 공부하면서/ 읽고 쓰는 법을 배우고/ 선생님의 질문에/ 처음에는 고개만 끄덕이곤 했지만// 점점 선생님의 질문에/ 내가 대답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나는 이제 학생 최순자라고 해요”(질라라비장애인야학 최순자씨가 쓴 시 ‘학생’)
대구 동구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의 중학교 과정 학생 10명은 졸업식을 100일 남짓 앞두고 있지만, 마냥 기뻐만 할 수 없다. 졸업 후 이들이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학교가 없는 까닭이다.
장애와 가난으로 학교 문턱을 넘지 못했던 대구 지역 중증장애인 학생 10명은 2018년 전국 최초로 개설된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의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 장애인과정에 입학했다. 이들은 갇혀 지내던 방에서 나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학생들을 만났고, 처음 글자를 배웠다. 2021년에는 중학과정이 개설됐다. 6년의 노력 끝에 10명의 학생이 올해 9월 중학교 졸업장을 손에 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들에게 중학교 졸업장은 배움의 마지막 증명서인 상황이다. 현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고등학교까지를 의무교육으로 정하고 있지만, 적용 대상은 3살부터 17살까지이다. 평균연령 54.4살인 질라라비장애인야학 졸업생들은 고등학교 교육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21대 국회에 성인 장애인이 고등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평생교육법’이 발의됐지만, 법 제정까지는 먼 이야기이다.
“우리 학생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황보경 질라라비장애인야학 사무국장은 고등학교 입학을 꿈꾸던 2명의 학생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일을 떠올리며 정부와 교육청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황 사무국장은 “나이도 많고, 장애도 심한 사람들이 고등학교 졸업을 해서 뭐 하냐고 말하지만, 6년 동안의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꿈을 가지게 됐고, 세상으로 나갈 용기를 찾았다”고 말했다.
“학교에 가면/ 공부할 때마다/ 선생님이/ 자, 인숙씨, 한번 읽어볼까요? 라고 하고// 자, 인숙씨/ 칠판에 적힌 글을 써 볼까요? 한다// 한글을 모르던 나는/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며/ 읽고 쓰는 그 순간/ 자유롭게 펼쳐지는/ 나의 세상// 한글자 한문장/ 나를 표현하는 나만의 언어로/ 익숙해질 때까지/ 오늘도 공부하고 있다”(질라라비장애인야학 김인숙씨가 쓴 시 ‘읽고 쓰고’)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