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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전남 나주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군기훈련 중 사망 훈련병’의 빈소를 조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전남 나주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군기훈련 중 사망 훈련병’의 빈소를 조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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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의 한 육군부대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다가 숨진 훈련병의 사망원인으로 추정되는 ‘횡문근융해증’은 2014년 4월 연천 육군28사단에서 선임병사들의 구타·가혹 행위로 순직한 고 윤승주 일병(상병 추서)의 의무기록 감정서에 나온 사망원인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다음달 4일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 소위원장 김용원)를 열어 해당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윤 일병의 사망은 군내 폭력사건을 상징하며, 2022년 인권위 ‘군 인권보호관’이 출범한 계기가 됐다.

고 윤일병 유족이 29일 공개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과 법의학연구소의 감정서를 보면, 당시 윤일병의 사망원인을 횡문근융해증으로 적시하고 있다. 감정서는 “외상이 신체 여러 부위에서 확인되며, 신장 기능 이상을 포함하여 사망을 즈음하여 나타난 증상 또한 횡문근융해증에 의한 것으로 보아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여러 혈액 검사에서 이에 합당한 소견들이 확인되었다”고 적혀있다. 횡문근융해증은 외상이나 운동, 수술 등의 원인에 의해 근육이 괴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법의학)는 “횡문근융해증은 아주 희귀한 사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만큼 가혹한 상황이 희귀하다”며 “일반적인 운동으로, 자의로는 인간이 거기까지 갈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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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전날 군 관계자가 밝힌 훈련병의 사망 원인과 겹친다. 군 관계자는 지난 25일 목숨을 잃은 훈련병 부검 결과와 관련해 “횡문근융해증과 비슷한 증상을 일부 보였다”며 “열사병 증상을 보였다는 사인 추정도 있어 정확한 사인은 추가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인을 접한 고 윤 일병의 매형인 김진모씨는 한겨레에 “한 명(윤 일병)은 근육이 녹을 정도로 맞고, 또 한 명(훈련병)은 근육이 녹을 정도로 기합을 받은 셈이다. 너무 끔찍하다”고 말했다.

인제 부대의 훈련병은 지난 23일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다른 훈련병 5명과 함께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25일 숨졌다. 완전군장의 무게는 20~25㎏가량으로,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완전군장 상태에선 구보(달리기)를 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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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이미 현장조사를 진행중이며 직권조사도 계획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군인권보호국은 이번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 생명권 침해 및 안전권 보장 등의 중대성을 확인하고 곧 군인권소위에 직권조사 안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래 28일 오후 군인권소위를 열어 직권조사를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김용원 상임위원의 사정으로 일주일 연기돼 6월4일 열기로 했다. 소위에서 의결되면 인권위의 직권조사가 개시된다.

한편, 이날 전남 나주의 장례식장에선 숨진 훈련병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영결식에서 고인의 친구는 조사를 통해 “환하게 웃는 친구의 모습을 더는 보지 못해 가슴 아프다. 배려 깊고 친절했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조우제 사단장은 추도사를 통해 “아들을 눈물로 떠나보내야만 하는 가족들에게 군 장병들의 마음을 모아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영결식장을 떠난 고인은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