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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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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커피를 팔고 싶었는데…마음처럼 되지가 않네요”.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서 3년째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오아무개(52)씨는 케냐 AA, 에티오피아 G1 예가체프 등 ‘프리미엄급’ 원두를 사용한 아메리카노를 한잔당 1800원에 판매한다. 비슷한 품질의 원두를 사용하는 다른 카페에 비해 절반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좋은 품질의 커피를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자부심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원두가격 상승이 계속되며 이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커피 원두 수입 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오르면서 저가전략을 사용하던 카페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체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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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 14일 발표한 ‘4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를 보면 커피 원두 수입 가격은 전월 대비 14.6%, 전년 대비 46.7%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 국제 원료 가격 정보를 보면 인스턴트 커피나 저가 프렌차이즈 카페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는 지난달 평균 3938달러로 전년 연평균 가격(2592달러)에 비해 51.9% 비싸게 거래됐다. 커피 전문점 등이 사용하는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지난달 평균 4866달러로 지난해 평균(3801달러)보다 28.0% 상승한 수준이다.

원두 가격이 오른 것은 이상기후로 작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세계 로부스타 원두 공급량의 1/3을 차지하는 베트남은 기록적인 가뭄을 겪고 있고, 아라비카 원두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브라질도 냉해 피해와 커피 녹병(커피 잎을 말라 죽게 하는 곰팡이의 일종)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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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가격 변동에 민감한 저가 프렌차이즈 카페들은 하나 둘 가격을 인상하고 나섰다. ‘더 벤티’는 음료 가격을 최대 500원 올렸고, ‘더 리터’는 메뉴당 평균 400원가량 올렸다.

개인 카페도 가격 인상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학동에서 4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오아무개(32) 씨는 “(도매가로) 지난해 1㎏당 2만원이었던 원두가 1년 사이에 2만5000원으로 올랐다”며 “동네 특성상 가격에 민감한 고시생이나 대학생들이 많아 아직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팔고 있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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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빨대 등 부자재 가격이나 임대료 인상 역시 큰 위협이다. 서울 중구 초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조아무개씨는 “일회용 컵도 1000개들이 한 박스가 4만원이었는데 4만5000원으로 올랐다”며 “하나당 5원 오른 셈이지만, 사용하고 있는 재료와 부자재들 가격이 전반적으로 모두 올라서 합치면 영향이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조씨는 “상가 임대료도 코로나 이후 2년 연속으로 3%씩 올라 타격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원두 가격 상승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걸로 보고 있다. 원두 가격 상승 요인이 7~8월 본격적으로 시장 가격에 반영되는데다 추가적인 인상 요인들도 남아있는 탓이다. 한 원두 수입업체 관계자는 “최근 케냐 홍수로 인한 영향도 곧 원두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며 “여름이 다가와 주요 커피 생산지에 고온과 가뭄이 심해지면 원두 가격 상승세가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고 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