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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지난 9일 밤 서울 강남에서 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경찰은 김씨의 ‘운전자 바꿔치기’ 및 음주 여부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씨가 ‘운전자 바꿔치기’에 연루된 정황은 비교적 명백하다. 김씨 매니저는 사고 당시 김씨가 입었던 옷을 입고 추후 경찰서에 나타나 ‘내가 운전했다’고 거짓 자수했다. 김씨도 범행 초기 운전 사실을 부인하다가 차량 소유주가 김씨임을 확인한 경찰의 추궁을 받고 뒤늦게 시인했다. 사고 당시 차량 메모리카드가 사라진 점도 이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경찰은 김씨가 매니저와 통화한 시점에 변호사 등의 조력을 받아 계획적으로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김씨가 매니저의 거짓 자백을 ‘부추겼는가’이다. 통상 ‘운전자 바꿔치기’의 경우 실제 운전자에게는 범인도피 교사 혐의를, 가짜 운전자에게는 범인도피 혐의가 적용된다. 만약 김씨가 거짓 자백을 지시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으면 김씨를 범인도피 교사죄로 처벌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인지 김씨 소속사는 ‘운전자 바꿔치기’는 시인하면서도 ‘매니저의 뜻이었다’는 입장이다. 소속사는 14일 공식 팬카페 ‘트바로티’에 입장문을 올려 “사고가 발생하자 김호중은 골목으로 차를 세우고 매니저와 통화를 했다”며 “상황을 알게 된 매니저가 본인이 처리하겠다며 경찰서로 가 자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씨가 애당초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는 점에서 범인도피 방조 혐의는 적용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교통사고 전문 김경환 변호사(위드로 법률사무소)는 “매니저가 자발적으로 거짓 자수를 했을 수도 있지만, 김씨가 범행을 부인했기 때문에 범인도피 방조 혐의는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적으로 교사와 방조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매니저를 부추긴 정황이 나오지 않더라도, 거짓 자수를 돕기 위해 사고 일시나 장소 등의 정보를 제공했거나 자신의 옷을 전달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범인도피 방조 혐의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가수 겸 배우 이루(본명 조성현)씨도 2022년 9월 음주운전을 한 뒤 ‘운전자 바꿔치기’를 했다가 입건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이씨가 지인에게 허위진술을 교사한 정황은 밝혀내지 못했는데, 검찰은 이씨가 지인의 허위진술을 방관했다고 보고 범인도피 방조 혐의를 적용했고 법원에서 인정됐다.
경찰은 당시 김씨의 음주 여부도 수사 중이다. 김씨는 사고 발생 17여시간 뒤인 10일 오후 4시30분께 경찰에 출석해 음주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식당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확인해 김씨의 당일 행적을 추적 중이다. 김씨의 음주 사실을 확인하면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할 수 있다.
한편 김씨 소속사는 “앞으로 예정된 전국 순회공연 일정을 변경 없이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아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전국 순회공연을 진행 중이다. 김씨는 사고를 낸 직후인 지난 11일과 12일에도 경기도 고양에서 공연을 진행했고, 다가오는 18∼19일에도 창원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